입력 : 2014.04.08 03:02 | 수정 : 2014.04.08 06:23
[古典 원작 뒤집은 연극 두 편]
-노래하는 샤일록
희극이지만 샤일록 입장에선 비극… 원작에 없는 마지막, 여러 해석 가능
-메피스토
파우스트가 구원 받는 내용보다 '스스로 타락 원했다'는 깨달음 강조
'베니스의 상인' 대신 '샤일록'이, '파우스트'가 아니라 '메피스토'가 주인공이다. 고전(古典) 희곡의 타이틀 롤을 뒤집은 연극 두 편이 지난 주말 나란히 개막했다. '노래하는 샤일록'(셰익스피어 원작, 정의신 작·연출)과 '메피스토'(괴테 원작, 한아름 작, 서재형 연출)다. 하지만 두 편 모두 관점을 다르게 했을 뿐 오히려 원작의 주제의식에 방점을 찍은 진중한 작품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노래하는 샤일록'―그는 희생자였다
희극은 우스워야 한다. 재일교포 연출가인 정의신이 '베니스의 상인'을 새롭게 각색해 연출한 국립극단의 '노래하는 샤일록'은, 처음엔 '이것은 분명한 희극'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상인 안토니오(이동준)가 고뇌하는 첫 장면부터 슬랩스틱이 난무하는 놀이판으로 바꿔 놓았다. 포샤(김정은)에게 구혼하는 모로코 대공(구도균)의 의도적인 오버액션은 관객의 배꼽을 빼놓는다. 최근 일부 일본 영화나 만화에서 나타나는 개그처럼, 보는 사람이 느낄 썰렁함 같은 것엔 개의치 않고 웃기려 드는 집요함이 엿보인다.
◇'노래하는 샤일록'―그는 희생자였다
희극은 우스워야 한다. 재일교포 연출가인 정의신이 '베니스의 상인'을 새롭게 각색해 연출한 국립극단의 '노래하는 샤일록'은, 처음엔 '이것은 분명한 희극'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상인 안토니오(이동준)가 고뇌하는 첫 장면부터 슬랩스틱이 난무하는 놀이판으로 바꿔 놓았다. 포샤(김정은)에게 구혼하는 모로코 대공(구도균)의 의도적인 오버액션은 관객의 배꼽을 빼놓는다. 최근 일부 일본 영화나 만화에서 나타나는 개그처럼, 보는 사람이 느낄 썰렁함 같은 것엔 개의치 않고 웃기려 드는 집요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유일하게 희극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샤일록(박기륭)이다. 소주 됫병을 들고 '신고산타령'이나 '홍도야 울지마라'를 부르더니 "여긴 누가 뭐래도 우리 동네야,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여기서 자랐어"라고 말한다. 16세기 베니스를 슬쩍 현대 일본의 한국인 마을로 옮겨, 차별과 소외를 겪고 살아온 교포들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대사다.
많은 평자가 "'베니스의 상인'은 샤일록 입장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지적한 이유가 이 연극에서 분명해진다. 샤일록이 딸과 함께 조상들의 땅을 찾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원작에 없는 것으로, 돌연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여러 가지 해석을 가능케 한다. 원작과 재해석 두 가지에 모두 충실하려다 보니 극이 지나치게 늘어난 것은 흠이다.
▷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시간 190분(인터미션 포함), 1688-5966
◇'메피스토'―타락은 스스로 원한 것
한마디로 '인문학이 쩌렁쩌렁 소리지르는 연극'이라 할 만했다. '메피스토'는 악마 메피스토가 신(神)과 대화한 뒤 독백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원래 악(惡)이란 놈은 그물과 같아. 언젠가 어디선가 한 놈은 걸려들게 돼 있지." 이어 등장한 늙은 파우스트는 평생 자신이 탐구했던 지식의 부질없음을 깨닫고 젊음을 되찾으려는 욕망을 토로한다. "신은 인간을 생동하는 자연 속에 창조해 넣어 주셨는데, 널 에워싸고 있는 것은 동물의 해골과 죽은 자의 뼈다귀뿐!" 자신 앞에 나타난 메피스토의 끈질긴 유혹에 넘어간 파우스트는 끝내 '계약'을 맺는데, 여기까지가 연극의 절반인 50분이 지난 시점이다.
많은 평자가 "'베니스의 상인'은 샤일록 입장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지적한 이유가 이 연극에서 분명해진다. 샤일록이 딸과 함께 조상들의 땅을 찾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원작에 없는 것으로, 돌연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여러 가지 해석을 가능케 한다. 원작과 재해석 두 가지에 모두 충실하려다 보니 극이 지나치게 늘어난 것은 흠이다.
▷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시간 190분(인터미션 포함), 1688-5966
◇'메피스토'―타락은 스스로 원한 것
한마디로 '인문학이 쩌렁쩌렁 소리지르는 연극'이라 할 만했다. '메피스토'는 악마 메피스토가 신(神)과 대화한 뒤 독백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원래 악(惡)이란 놈은 그물과 같아. 언젠가 어디선가 한 놈은 걸려들게 돼 있지." 이어 등장한 늙은 파우스트는 평생 자신이 탐구했던 지식의 부질없음을 깨닫고 젊음을 되찾으려는 욕망을 토로한다. "신은 인간을 생동하는 자연 속에 창조해 넣어 주셨는데, 널 에워싸고 있는 것은 동물의 해골과 죽은 자의 뼈다귀뿐!" 자신 앞에 나타난 메피스토의 끈질긴 유혹에 넘어간 파우스트는 끝내 '계약'을 맺는데, 여기까지가 연극의 절반인 50분이 지난 시점이다.
파우스트 역의 정동환은 대단히 철학적인 대사를 자책과 탄식, 익살을 적절하게 배합한 발성으로 훌륭하게 소화했다. 메피스토 역을 맡은 여배우 전미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악마는 인간이 죄를 행한 후 고통받는 것을 즐기기 위해 유혹하지"라는 극중 대사처럼 인간 정신의 빈틈을 악착스럽게 파고드는 듯했다. 결국 '메피스토'에선 파우스트가 구원을 받는다는 것보다 '타락을 원한 이도 시작한 이도 모두 자신이었다'고 깨닫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긴 식탁이 순식간에 사형대로 바뀌는 등 뛰어난 무대 전환과 코러스 배우들의 오차 없는 동선도 주목할 만하다.
▷1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연시간 100분, (02)580-1300
▷1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연시간 100분,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