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마녀' 얘기가 내 과거 얘기? 글쎄요…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4.04.02 03:04 | 수정 : 2014.04.02 10:23

-17만 동원한 '위키드' 主役 옥주현
오는 11일 100회 무대에 올라
이유없이 미움받던 경험과 비슷? '다름에 대한 존중'을 말하는 것이죠

"초록색 분장이 지겹지 않냐고요? 아뇨, 이젠 친숙해져서 구석구석 빨리 칠하는 요령이 생겼어요."

'캐스팅 1순위' 뮤지컬 스타가 된 옥주현(34)이 활짝 웃었다. 1998년 걸그룹 '핑클'의 멤버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5년 '아이다'로 뮤지컬 데뷔를 했고, 지난해 11월 개막한 한국어 버전 '위키드'의 초록 마녀 엘파바 역으로 '대세 배우'임을 굳혔다. 오는 11일에는 국내 처음으로 엘파바 역의 100번째 무대에 서게 된다. 엘파바는 뮤지컬 캐릭터 중에서도 고난도로 꼽히는 배역이다.

인터넷에는 '미친 가창력에 소름 돋네요' '완전히 몰입한 연기, 엘파바 그 자체였어요' 같은 관객의 극찬이 줄을 잇는다. 특히 빗자루를 들고 허공에 오르며 부르는 1막 마지막 '중력을 벗어나'의 폭발적인 고음(高音)은 많은 사람을 경악시켰다. '위키드'의 작사·작곡가인 스티브 슈워츠가 '감정을 내면으로 응축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찬사를 보냈을 정도다. 옥주현의 활약에 힘입어 '위키드'는 4개월 만에 누적 관객 17만명을 넘어섰다. "'위키드'가 한국에 소개되기 전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역할이었어요. 이만큼 판타지 속에서 감동을 주는 역할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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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위키드’의 초록 마녀 엘파바 역을 맡은 옥주현이 공연에 쓰고 나오는 마녀 모자를 들고 있다.‘위키드’의 작사·작곡가인 스티브 슈워츠로부터“감정을 내면으로 응축시키는 연기가 뛰어나다”는 찬사를 들은 옥주현은 오는 11일 국내 처음으로 엘파바 역의 100번째 무대에 오른다. /오종찬 기자
지난 몇 달 동안 '옥파바(옥주현+엘파바)'로 살았던 옥주현은 5월 8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위키드' 무대를 떠나고, 김선영이 그 뒤를 잇는다. 옥주현과 더블캐스팅됐던 박혜나는 계속 엘파바 역을 맡는다. 옥주현은 "그동안 공연 한 회가 끝나고 관객 앞에 서면 작품 내내 참고 있던 무언가가 울컥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무엇이 그렇게 울컥했을까. '위키드'를 본 많은 관객은 '옥주현이 꼭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악역으로 알려진 초록 마녀가 사실은 사람들에 의해 부당하게 공적(公敵)으로 몰렸다는 이야기다. 핑클 시절부터 일부 네티즌에게 '비호감'으로 찍혀 근거 없는 악플과 비난에 시달렸던 옥주현의 과거를 연상케 한다.

조심스럽게 꺼낸 이 질문에 옥주현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보시는 분도 있다더라"고 했다. "이것은 '다름에 대한 존중'을 말하는 이야기예요. 그 다름이란 피부색이 될 수도 있고 가치관이 될 수도 있겠죠. 결국 사람들 사이의 벽이 얼마나 높으냐에 따라 오해와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핑클의 오디오 담당'이란 말을 들었을 정도로 가창력이 뛰어난 옥주현이지만 뮤지컬 데뷔 초기에는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았다. 지금의 옥주현이 되기 위해선 피나는 노력을 거쳐야 했다. 방송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하루에 10시간씩 연습했고,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와서도 했다. 그는 "뮤지컬 배우들은 누구나 그렇게 한다"며 별것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핑클 때는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 하루하루가 새롭던 시절이었어요. 지금은 뭐가 위험한지, 저희를 뒷받침해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의 노고가 있는지 알면서 느끼는 또 다른 감동과 재미가 있죠." 10년째 계속 뮤지컬 무대에 서는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방송에서 3분 동안 한 곡을 부르는 게 아니라 무대에서 3시간 동안 계속 노래를 부르면서 다른 인물로서 사는 거예요. 이런 매력이 어디에 또 있을까요?"

▷뮤지컬 '위키드' 샤롯데씨어터에서 오픈런 공연(옥주현은 5월 8일까지), 1577-3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