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미술상] 서용선 작품은 '기억의 저장고'… 긴장감 넘치는 에너지 발산

  • 제26회 이중섭미술상 심사위원회

입력 : 2014.04.01 03:02 | 수정 : 2014.04.01 10:04

제26회 이중섭 미술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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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예술혼을 불살랐던 이중섭(1916~1956)의 일생을 쓴 조선일보의 짧은 기사였다. 그 순간, 내 삶이 오버랩되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직 못 지핀 꿈이 생각났다.” 그 길로 미대 진학을 준비했고, 진짜 화가가 됐다. 제26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서용선(63)이다. /이덕훈 기자

심사위원회는 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한 10명의 중견 작가를 놓고, 두 차례 회의를 열었다. 1차 심사에서는 수상 요건을 공유하고, 후보를 5명으로 압축했다. 2차 심사에서는 심도 깊은 자료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심사의 주안점은 분명했다. '지금, 여기'에서 과연 어떤 작가가 다가올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작품을 '진행 중'인가였다.

수상자 서용선은 50대에 들어서 폭발적인 작품 활동을 펼쳐 왔다. 그는 2008년에 서울대 교수직을 던지고 전업화가의 길을 걸었다. 한국 미술계에 고질병처럼 만연해 있는 '조로(早老) 현상'을 스스로 깨려 나섰다.

서용선은 다시 미술학도가 된 양, 싱싱한 정신과 육체로 무장해 우리 땅의 역사 현장과 동서양의 도시를 부지런히 답사하는 '행동하는 작가'로 뛰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소재를 편견 없이 소화하면서도, 인간 실존의 문제에 불도저처럼 육박하는 패기와 끈기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서용선의 작품은 인간 삶의 기억을 불러내는 '역사의 저장고'라 해도 좋다. 이 기억의 저장고에는 나와 타자,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지역과 세계, 인간과 자연 등 시공간을 아우르는 길항관계가 화합하듯 만난다. 도시와 자연 풍경에서 역사의 진실을 다시 캐내고, 신화와 역사에 오늘의 시대상을 새롭게 투영시킨다. 현실을 강렬하게 응시하면서도 조형의 본질을 놓지 않고, 과감하고 거친 형식을 구사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내용주의의 덕목을 잃지 않는다. 그는 하나의 그림, 하나의 프로젝트, 하나의 전시마다 '인문학적 그물'을 촘촘히 감싸고 있다. 삐죽삐죽하고 뒤뚱거리는 선과 색채와 구성, 그 바로크적 비정형의 틈새와 여백에서 우리는 '살아 있는' 작품의 역동적 에너지를 실감할 수 있다. 심사위원회는 서용선이 뚝심 있게 건져 올린 예술적 성과와 내일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주어진다. 11월 6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시상식과 수상기념 특별전 개막식이 함께 열린다.

제26회 이중섭미술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용대, 위원 안규철·김종학·김복기·임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