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민국·민율아, 오늘은 황소 그림 보러 가자"

  • 김미리 기자

입력 : 2014.03.14 03:03 | 수정 : 2014.03.14 10:07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회화 100선]

김성주 가족 근현대展 찾아… 이중섭 '황소'에 아이들 환호

"우아 이중섭 황소다. 우리 학교 식당에 6학년 형들이 똑같이 그려 놓은 거 있는데." 이중섭 그림책을 든 민국(10)이가 이중섭의 '황소'(서울미술관 소장) 그림을 멀리서 발견하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형아, 소 꼬리가 꼬불꼬불 말렸어. 머리는 옆으로 이렇게 돌아갔고." 형을 따라간 민율(5)이가 머리를 옆으로 돌리며 소 흉내를 낸다. 한동안 그림을 넋 놓고 보던 두 형제가 아빠를 향했다. "아빠 계속 보니 무서워!"

MBC '아빠 어디가'에 출연해 사랑받은 방송인 김성주와 아들 민국·민율 형제가 13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을 찾았다. 전시장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개구쟁이 형제는 오디오 가이드를 발견하고는 눈을 반짝였다. "아빠, 이거 진짜 신기해. 여기에서 설명이 나오는 거야?" 민국이가 오디오 가이드를 귀에 꽂자 '따라쟁이' 민율이가 고사리손으로 작은 귀에 이어폰을 끼워넣었다.

video_0
13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회화 100선’을 찾은 방송인 김성주와 아들 민국·민율이가 이중섭의‘황소’그림에 푹 빠졌다. 이중섭 그림책까지 통독하고 전시를 보러 온 민국이가 말했다.“ 소가 힘이 세 보이는데 뼈가 앙상해서 좀 불쌍해 보여요.” /김연정 객원기자
책벌레 민국이는 이미 이중섭 위인전을 몇 번이나 읽었단다. "아빠, 이중섭은 소와 아이를 사랑한 화가야. 원래 아들이 셋이었는데 첫째가 죽었어." "와, 민국아 그걸 어떻게 알았어?" 아빠 김성주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오지호의 작품 '남향집' 앞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던 민국이가 말했다. "여기, 개가 누워 있어요." 아빠 눈에는 잘 안 보였던 흰둥이가 동심의 눈에 먼저 포착됐다. "라면집? 먹는 라면?" "민율아 라면 아니고, 남향집이야. 남쪽으로 보고 있는 집." '남향'이란 어려운 단어를 '라면'으로 잘못 알아들은 귀염둥이 민율이에게 아빠가 웃으며 설명했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중계를 맡았던 김성주는 그림 감상을 스포츠 경기 관람과 비교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장면을 TV 중계로 보는 거하고 현장에서 직접 보는 거하고는 감동의 정도가 전혀 달라요. 그림도 비슷하네요. 애들이 책으로 그림을 보다가 이렇게 와서 직접 눈으로 보면 훨씬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아요." 아빠는 그림에 폭 빠져 미술관을 휘젓고 다니는 두 아들에게 약속했다. "앞으로 스포츠 경기 보러 가는 만큼 미술 전시도 자주 보러 가자." 이번 전시는 3월 30일까지 열린다. 명작을 한꺼번에 관람할 날이 앞으로 17일만 남았다. 문의 (02)318-5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