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이네요 '과부들'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4.03.14 00:01

주요 연극상 휩쓴 170분의 '대하극'
오늘부터 아르코예술극장서 공연… 아픈 과거사 신화적 상상으로 연출

"놈들이 우리 남자들을 돌려보내고 있어. 처음에는 강으로 두 명, 그다음에는 길로. 다 죽었어.… 이제 난 강으로 돌아가련다. 마지막 남자를 기다려야지"(연극 '과부들' 중 소피아의 대사).

최근 몇 년 동안 유례없는 평단의 호평과 주요 연극상을 독차지했던 3시간짜리 '대하(大河) 연극'이 돌아온다. 극단 백수광부가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과부들'(사진·이성열 연출)이다. 칠레의 망명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이 과거 군부독재 치하의 비극을 고대 그리스 서사극(敍事劇) 형식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죽음과 소녀' '경계선 너머'와 함께 도르프만의 '저항 3부작'으로 꼽힌다.

연극 '과부들' 공연 사진
/극단 백수광부 제공
여자들만 남아 있는 어느 작은 마을에 시체 한 구가 강을 따라 떠내려온다. 시신에는 처참한 고문의 흔적이 역력하다. 한 여인이 "내 남편이야"라고 외친다. 뒤이어 마을 여인 36명 모두가 '남편' '아들' '손자' '형제'라며 앞다퉈 시체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짙은 사회비판 의식이 깃들어 있지만, 극을 풀어가는 방식에는 의도적으로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요소를 깔았다.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 모두를 위한 제의(祭儀)가 펼쳐지면서, 오히려 삶에 대한 굳건한 희망과 믿음이 제시된다. 지난해 제23회 이해랑 연극상을 받은 연출가 이성열은 "모든 감동은 세상을 긍정하는 데에서 나오지만, 긍정성을 감상적 휴머니즘으로 풀면 신파일 뿐"이라며 "괴롭고 아픈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14~2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 시간 170분(인터미션 포함), (02) 889-35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