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리뷰] 뻥뻥 날리는 선율… 축구장인 줄!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4.03.12 00:03

런던 심포니 내한 공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축구 경기장 같았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를 지휘한 대니얼 하딩(Harding·39)은 두 번째 앙코르로 차이콥스키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 3막의 폴로네이즈를 연주한 후, 무대 밖으로 걸어나갔다. 예정된 앙코르 두 곡은 모두 끝난 뒤였다. 청중의 환호는 뜨거웠고, 하딩은 이에 답하듯 악보를 들고 나타났다.

지휘봉을 내저으면서 울린 음악은 조지 루커스 감독의 영화 '스타워즈' 주제곡. 기대치 않은 영화음악의 출현에 객석에 미소가 번졌다. 경쾌한 트럼펫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스타워즈' 주제곡은 LSO가 1977년 작곡가 존 윌리엄스의 지휘로 영화 OST를 녹음할 만큼, 관련이 깊다. 잠시 우주여행을 즐기던 청중은 연주가 끝나자 자리에서 튀어오르듯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하딩은 승부차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축구 선수처럼 흥분한 얼굴로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대니얼 하딩은 금관의 위력을 앞세우면서도 정교한 지휘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보여줬다.
대니얼 하딩은 금관의 위력을 앞세우면서도 정교한 지휘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보여줬다. /빈체로
이날 첫 곡 '민둥산의 하룻밤'부터 심상치 않았다. 100명 남짓한 단원으로 무대를 꽉 채운 대편성 오케스트라는 금관의 위력을 앞세워 마음껏 소리를 폭발시켰다.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저음은 객석 뒤편까지 심장을 두들길 만큼, 위력적이었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실내악 연주하듯 세기(細技)를 과시한 하딩은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페트루슈카'에서 다시 도발적으로 오케스트라를 몰아붙였다.

다음 날인 11일, LSO와 협연에 나선 김선욱은 난곡(難曲)으로 알려진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무난히 소화했다.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은 완벽했지만, 독주자로서의 개성이 두드러지지 않아 아쉬웠다. 하딩이 지휘한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은 포효하는 말러가 아니라, 부드럽고 따뜻한 말러였다. 4악장 피날레로 치닫기까지 인내심을 갖고 비애와 환희가 뒤섞인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소리를 낸 8인조 호른과 트럼펫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하딩표(標) 말러를 즐긴 청중의 환호는 전날처럼 앙코르 3곡을 끌어냈다. 마지막은 전날처럼 '스타워즈'였다. 공연장은 다시 축구장 같은 환호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