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왓슨, 이렇게 잘 맞히기 있냐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4.03.11 23:56

셜록 홈즈 2: 블러디 게임

소설 속 인물인 명탐정 셜록 홈즈가 19세기 영국에 실존했던 살인마 잭(잭 더 리퍼)과 격돌한다. '셜록 홈즈 2: 블러디 게임'(김은정 작, 노우성 연출)은 매우 영리한 창작 뮤지컬이다. 2011년 기대 밖의 흥행을 거뒀던 작품의 속편으로, 캐릭터를 그대로 갖다 쓰면서 추리물이던 장르를 스릴러로 약간 전환했다. 긴박감이 넘치는 음악이라든가, 노래 한 곡을 통해 전광석화처럼 추리 하나를 끝내는 빠른 구성, 계단식 무대를 교회부터 빈민가까지 다양하게 활용하는 기법 등 돋보이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만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홈즈 역 김도현의 가창력도 뛰어났다. 전편(前篇)과 함께 한국 뮤지컬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셜록 홈즈를 책으로 만나 매료됐던 이들이 아쉬워할 부분도 적지 않다. 파이프 담배나 사냥 모자 같은 상징을 곳곳에 심어 놓았지만, 정작 주인공의 모습은 원작과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독창적 캐릭터라고 볼 수도 없다. 자폐증 환자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때가 되면 추리 과정을 속사포처럼 설명하는 모습은 영국 드라마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기본 틀로 삼은 듯하고, '형사 콜롬보'의 더빙판을 연상시키는 비음(鼻音)과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모차르트식의 경박한 웃음을 더했다.

뮤지컬‘셜록 홈즈 2’의 탐정 홈즈(왼쪽·김도현)와 그의 조력자 왓슨(이영미).
뮤지컬‘셜록 홈즈 2’의 탐정 홈즈(왼쪽·김도현)와 그의 조력자 왓슨(이영미). 원작의 남성‘존 왓슨’을 여성‘제인 왓슨’으로 바꿨다. /뉴시스
게다가 홈즈 시리즈치곤 지나치게 암울하고 무겁다. 여성을 십여 차례 난자하거나, 어린이들이 불길 속에서 몸부림치는 묘사는 뛰어난 연기와 연출 덕에 더욱 잔혹했다. 극 중 홈즈의 얄팍한 추리 정도로는 결코 '해결'된다고 볼 수 없을 인간 세계의 지옥도는 극이 끝나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왓슨을 여자로 설정한 것은 보기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다. 그가 홈즈를 도와 함께 추리에 나서는 설정은 여성이 능력을 발휘하는 요즘 시대상의 반영일 수 있다. 그러나 왓슨의 추리력이 보통 독자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고 '추리는 홈즈의 몫'이라는 것은 어떻게 개작하든 '삼국지연의'의 촉한정통론처럼 지켰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30일까지 BBC아트센터 BBC홀, 공연 시간 140분(인터미션 포함), 1577-3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