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에서 봐도 생생하네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4.02.21 23:55

40년 만에 손본 달오름극장 가보니
무대 깊어지고 객석 경사 높아져… 배우·객석 하나되는 듯한 느낌

9개월의 리모델링 공사 끝에 새 모습을 갖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사진
9개월의 리모델링 공사 끝에 새 모습을 갖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국립극장 제공
"솔직히, 웬만한 강당보다도 못한 시설이었습니다. 1층에선 앞사람 머리가 무대를 가리고, 2층에선 아예 무대의 일부만 보이고…."

지난 19일 저녁, 창극 '숙영낭자전' 공연에 앞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선 안호상 국립극장장이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객석을 메운 관객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국립극장 중(中)극장이자 사실상 유일한 '연극 전용 공연장'인 달오름극장은 지난해 5월부터 약 9개월 동안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이날 다시 문을 열었다. 공사가 석 달 정도 지연돼 국립극단 공연 일정에 차질을 빚는 우여곡절을 거친 뒤였다.

안 극장장이 리모델링을 결심하게 된 것은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안 극장장은 손 당시 예술감독이 외부에서 공연하는 것을 보고 "그래도 국립극장으로 들어와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손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달오름극장을 고치지 않고서는 가지 않겠다." 1973년 일본 가부키 극장 도면을 참고해 건립된 달오름극장은 좁은 무대와 시야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악명이 높았다. 공사비는 예상액 47억원을 뛰어넘어 51억9000만원이 들었다.

새 단장을 끝내고 19일 공연 현장에서 본 극장 내부는 무대와 객석 사이가 떨어지지 않고 하나로 어우러진 듯한 분위기였다. 평지 수준(경사 5도)이던 1층 객석 경사도가 25~30도로 높아져, 위에서 마당놀이 공연을 내려다보듯 관람할 수 있었다. 추임새가 수시로 터지는 가운데 배우와 관객이 크게 교감하는 창극 공연에 특히 적합해 보였다. 1·2층에서 모두 무대가 잘 보였고, 무대 앞에서 뒷벽까지 깊이가 14m에서 19m로 확장돼 다양한 장면 연출이 가능해졌다.

0.8초에 그쳤던 잔향(殘響) 시간을 1.2초로 늘어나도록 설계한 결과, 배우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나 무대와 객석 사이 공간이 없기 때문에 창극 공연 중 무대 맨 뒤편에서 진행됐던 악기 연주의 음장감이 부족한 것은 흠이었다. 손진책 전 감독은 이날 무대에 올라 "이 여세를 몰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대극장)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