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흰소' 처음 걸린 날, 2500명 인파 보자마자 탄성

  • 허윤희 기자

입력 : 2014.02.19 01:06

한국 근현대 회화 100選… 이중섭의 소 그림 3점 전시

"아, 이게 흰소구나!"

등산복 차림의 아줌마 부대가 그림 앞에서 탄성을 질렀다. 백발의 노신사는 뚫어져라 작품을 응시하다 읊조렸다. "화가가 세상을 뜨기 1년 전에 그려서 그런가. 소의 표정이 더 애틋하네…."

18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 공동주최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 전시장. 화가 이중섭(1916~1956)의 대표작 '흰소'(1955년경·홍익대박물관 소장)가 2층 전시실에 처음 걸린 이날, 2500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소를 보려고 다시 전시장을 찾았다는 김채경(63)씨는 "이 그림 때문에 오늘 목포여고 동창회를 여기서 열었다"고 했다.

18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 몰려온 관람객들이 이날 처음 걸린 이중섭의 ‘흰소’를 감상하고 있다
18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 몰려온 관람객들이 이날 처음 걸린 이중섭의 ‘흰소’를 감상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관람객들은 이중섭의 소 그림 3점을 한꺼번에 감상하는 눈의 호사를 누렸다. '흰소' 맞은편에는 이미 전시 중인 개인 소장 '황소'(1953년경)와 서울미술관 소장 '황소'(1953년경)가 나란히 걸려 있다. 세 작품이 함께 전시된 건 1972년 현대화랑(현재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이중섭 작품전' 이후 42년 만이다.

관람객 구성모(25)씨는 "서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르게 소를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고 했다. 홍익대박물관 '흰소'와 서울미술관 '황소'는 자세와 골격이 비슷해 얼핏 같은 작품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흰소'는 머리를 세우고 꼬리를 위로 들어 올렸고, '황소'는 뿔로 받을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꼬리에 잔뜩 힘을 줬다. 손자들과 함께 전시장에 온 탤런트 이정섭씨는 "신문에서 보고 당장 전시회를 관람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이중섭의 '소 삼총사'는 이번 전시가 끝나는 3월 30일까지 볼 수 있다. 문의 (02)318-5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