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 온기를 불어넣은 '손맛'

  • 김미리 기자

입력 : 2014.02.17 03:04 | 수정 : 2014.02.18 15:20

문화역서울284 공예페스티벌: 溫·技

"물질은 풍족해졌다지만 요즘 사람들, 눈은 봉사예요. (전통 예술품을) 만드는 눈, 쓰는 눈, 보는 눈이 없어졌습니다. 전통이 끊길 수밖에요."

분청사기 장인 민영기(67)는 안타까워했다. 고향인 경남 산청에서 만드는 그의 작품은 영국 V&A 박물관,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서 소장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지만 정작 한국에선 덜 알려졌다. 우리 공예에 대한 관심 부족 탓이다. 한평생 자기를 구우며 전통을 계승했던 이 장인(匠人)의 경남 산청 작업대가 서울 도심 한복판, 옛 서울역에 그대로 옮겨졌다.

옛 서울역사를 개조한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는 ‘공예페스티벌: 온·기’전의 1층 중앙홀 전시 모습. 왼쪽으로 분청사기 장인 민영기의 작업대가, 오른쪽으로 신상호의 작품이 보인다
옛 서울역사를 개조한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는 ‘공예페스티벌: 온·기’전의 1층 중앙홀 전시 모습. 왼쪽으로 분청사기 장인 민영기의 작업대가, 오른쪽으로 신상호의 작품이 보인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다음 달 9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에서 열리는 '문화역서울 284 공예페스티벌: 온·기(溫·技)전'은 우리 시대 '손의 힘'에 주목한 전시다. 옛 서울역의 고색창연(古色蒼然)한 공간에 장인과 디자이너, 건축가 100여 명이 손으로 빚은 작품이 전시된다. '따뜻한 솜씨'를 보여준다 해서 전시 제목이 '온·기(溫·技)'다.

1층 중앙홀엔 초벌구이로 구워낸 찻사발이 가지런히 놓인 민영기의 작업대와 작가 신상호의 조각 같은 도자 작품이 설치돼 있다. 높다란 천장엔 작가 이성근이 금속으로 색색깔 풍선처럼 만든 모빌이 떠있다. 작가 박진우가 11명의 신진 디자이너와 기획한 전시 '협동조합'은 디자인과 공예의 경계 허물기를 보여준다.

옛 서울역을 추억하고 싶은 사람들이나 여행을 떠나려고 서울역에 들렀다가 자투리 시간이 남는 사람들은 꼭 들러보길 권한다. 30분 정도면 된다. 게다가 무료. 문의 (02)3407-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