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우아하고 부드러운… 클라리넷의 속삭임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4.02.16 23:42

자비네 마이어 쾰른 필 협연

세계적 클라리넷 주자 자비네 마이어.
/빈체로 제공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은 카라얀이 선택한 세계적 클라리넷 주자 자비네 마이어(Meyer·55·사진)를 만나려는 청중으로 붐볐다. 마이어는 2008년 세종문화회관 공연 이래 6년 만의 내한. 검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마이어는 클라리넷 대표곡인 모차르트 협주곡 K622번을 골랐다. 로버트 레드퍼드와 메릴 스트리프가 주연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나왔던 그 음악이다.

마이어는 악기를 무대 바닥을 향하게 내리고 좌우로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겨가며 춤추듯 우아하게 연주했다. 마이어의 악기는 모차르트 당시 쓰인 바셋 클라리넷. 요즘 클라리넷보다 좀 더 길고, 저음(低音)역이 확대된 바셋 클라리넷은 속삭이듯 부드럽고 따뜻한 소리를 냈다. 서울시향 클라리넷 수석 출신 채재일 영남대 교수는 "1악장과 2악장의 카덴자와 꾸밈음을 넣은 즉흥 연주에서 마이어만의 해석과 연륜이 묻어났다"고 했다. 쾰른 필하모닉의 앙상블도 돋보였다. 튀는 소리 하나 없이 부드러운 솜이불처럼 마이어의 클라리넷을 감쌌다.

마이어의 모차르트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는데, 쾰른 필은 이날의 주(主)요리 '알프스 교향곡'으로 감동을 보탰다. 이 교향곡은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대표작.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Stenz)는 해돋이부터 하산(下山)까지 알프스의 자연을 그린 이 작품을 여러 폭의 풍경화로 그려냈다. 금관이 탄탄한 쾰른 필의 실력을 곳곳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다. 하지만 피날레의 여운을 깨버리고 일찍 터져 나온 일부 관객의 '안다' 박수는 옥에 티였다.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전주곡과 '발퀴레의 비행'을 연속으로 연주한 앙코르는 특별 선물이었다. "아직 힘이 충분히 남아있다"는 걸 과시하듯 빛나는 금관을 앞세운 쾰른 필의 에너지가 폭발했다. 독일 오케스트라 10위권에 든다는 쾰른 필의 첫 내한 연주는 강호(江湖)에 고수가 많다는 걸 새삼 일깨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