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재즈풍의 선율… 美 클래식은 상쾌했다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4.02.09 23:46

예술의전당 뉴욕 필하모닉

퇴근 후 재즈바에 앉아 넥타이 풀어헤치고 느긋하게 듣는 음악 같았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7일 예술의전당 공연을 조지 거슈윈(1898~1937)과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 등 미국 작곡가로만 채웠다. 번스타인은 1957년부터 12년간 음악감독을 지낸 뉴욕 필의 아이콘. 거슈윈도 뉴욕 필이 자주 연주했던 작곡가다. 뉴욕 필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교향적 무곡(舞曲)과 '파리의 미국인'을 초연(初演)한 오케스트라답게, 황홀한 오리지널 사운드를 들려줬다.

클라리넷의 흐느끼는 듯한 연주로 시작하는 '랩소디 인 블루'는 일본 재즈 피아니스트 오조네 마코토의 즉흥연주와 앨런 길버트(47)가 이끄는 뉴욕 필의 찰떡궁합이 돋보였다. 2009년 뉴요커 출신 첫 뉴욕 필 음악감독에 취임한 길버트는 172년 역사의 뉴욕 필이 고전(古典)뿐 아니라 미국적 클래식의 본산으로 떠오르는 데 적임자임을 실감시켜 주었다. 오조네 마코토의 독주는 청중까지 어깨를 들썩거리고 발목을 까딱거리게 할 만큼 전염성이 강했다.

앨런 길버트 뉴욕필 음악감독이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앨런 길버트 뉴욕필 음악감독이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금호문화재단 제공
번스타인의 1957년 뮤지컬을 옮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교향적 무곡은 뮤지컬 음악이 클래식에 당당히 입성(入城)할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다. 2008년 11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번스타인 축제 때, 길버트가 뉴욕필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콘서트 모음곡을 연주하는 걸 들은 적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그는 그때보다 훨씬 음악적 완성도 높은 교향악 버전을 들려줬다. 피날레는 1928년 뉴욕 필이 초연한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 90년 전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걷는 것처럼 재즈와 블루스, 스윙 풍의 상쾌한 선율이 이어졌다.

전날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이 뉴욕 필에 대한 평균 기대치를 만족시켰다면, 이날 연주는 뉴욕 필만의 매력이 빛났다. 주말 내내 이 피아니스트, 저 지휘자의 '랩소디 인 블루' 음반을 번갈아 들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