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 효능일까… 前남편 에르빈과 찰떡 호흡 보여준 안나 네트렙코

  • 장일범 음악평론가

입력 : 2014.02.05 23:28

장일범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관람기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4명의 소프라노가 뉴욕의 겨울 추위를 뜨겁게 녹였다. '사랑의 묘약'의 안나 네트렙코, '라보엠'의 마야 코발렙스카, '루살카'의 르네 플레밍, '나비부인'의 아만다 에샬라즈다.

1월 29일 무대와 의상이 특별히 아름다운 바틀렛 쉐어가 연출한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메트 오페라 역사상 최초로 3시즌 연속 오프닝 공연에 출연했을 정도로 가장 핫(hot)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안나 네트렙코는 콧대 높은 아가씨 아디나로 출연해 우리 시대 최고의 벨칸토 소프라노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특히 엉터리 약장수 둘카마라 역으로 나온 전남편 베이스 에르빈 슈로트와 뜨거운 연기·가창 대결을 벌여 배꼽 잡는 웃음과 탄성을 자아냈다.

메트의 겨울을 상징하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1월 30일)에서 미미 역을 맡은 마야 코발렙스카는 외모와 가창 모두 미미의 다소곳함과 어울렸다. 두 개의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나 '안녕, 이제 돌아가렵니다'에서 그녀의 가창은 매우 사랑스러웠고 오페라의 중심을 잡으면서 결코 무겁지 않은 가창을 선보였다.

지난달 29일 미국 뉴욕 메트의 오페라‘사랑의 묘약’공연에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오른쪽)와 베이스 에르빈 슈로트가 열창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 뉴욕 메트의 오페라‘사랑의 묘약’공연에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오른쪽)와 베이스 에르빈 슈로트가 열창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제공
오토 쉥크의 전통 버전으로 상연된 드보르자크의 '루살카'는 메트의 안방마님 르네 플레밍(소프라노)에 대한 헌정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플레밍은 우아하면서 여유 있게 드보르자크의 걸작을 소화해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인간 왕자(테너 표트르 베차와)를 사랑하게 된 물의 요정 루살카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두터우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화했다.

2월 1일 낮 1시에 마티네(낮공연)로 무대에 오른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라 보엠'과 함께 메트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 안소니 밍겔라의 전통적인 의상에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환상적이었던 무대가 청중을 색채의 마법 속에 빠뜨렸다.

'나비부인'에 초초상으로 등장한 남아프리카 더반 출신의 소프라노 아만다 에샬라즈는 늘씬한 외모와 시원한 가창, 정확하고도 풍부한 성량으로 청중들을 만족시켰다. 다만 초초상의 대표 아리아인 '어떤 갠 날'을 부를 때는 다소 평이했다. 좀 더 섬세한 표현력만 갖춘다면 푸치니·베르디의 무거운 레퍼토리에서 적수가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