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을 당신 공연 맛 좀 보시라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4.01.28 15:51

연극·뮤지컬

길 줄 알았더니 후딱 지나가고, 쉴 줄 알았더니 스트레스만 남기 쉬운 것이 설 연휴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친구와 함께 모처럼 기억에 남을 연극이나 뮤지컬을 관람하는 건 어떨까.

가족의 의미에 대해 돌이켜볼 수 있는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개·고양이·닭과 함께 살아가던 할머니가 뜻밖의 손님을 맞은 뒤 새로운 ‘식구’의 관계를 맺게 된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돌이켜볼 수 있는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엠제이플래닛 제공
어렵게 모인 가족과 함께―식구를 찾아서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가족'이 무엇인지 잠시나마 생각하게 되는 설날, 밥을 같이 먹는 '식구(食口)'의 의미에 대해 돌이켜볼 수 있는 뮤지컬이다.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대규모 뮤지컬 대신, 아기자기한 뮤지컬의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가족 없이 개·고양이·닭과 함께 살아가던 박복녀 할머니의 집에 지화자 할머니가 찾아와 "이 집은 내 아들 집"이라고 우긴다. 옥신각신하던 두 할머니가 된장찌개를 함께 끓여 먹는 사이가 되기까지 실컷 웃다가도 아들을 향해 "건강해라, 끼니 거르지 말고"라 말하는 대사가 나올 때면 관객의 눈물샘이 넘친다. 1만~5만원, 30일~2월 2일 공연은 40% 할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02)2278-5741

애들은 잠시 맡겨놓고―고스트

연휴 중 연인과 밀회를 즐기려는 미혼남녀나, 옛 연애 시절의 기분을 되살리려는 부부에게 안성맞춤인 뮤지컬이다. 올드 팝 '언체인드 멜로디'가 구성지게 흐르는 가운데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가 춤을 추던 '사랑과 영혼'을 기억하시는지? 원작 영화의 각본을 썼던 브루스 조엘 루빈의 대본을 통해 2011년 뮤지컬로 훌륭하게 '환생'했다. 드라마 '각시탈'의 주원(30·31일)과 가수 아이비(31일, 2월 2일)가 남녀 주인공인 샘과 몰리 역을 맡았다. 화려한 LED 영상과 주인공이 문을 통과하는 '마술' 같은 장면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6만~13만원, 설 연휴 일부 공연 예매 시 20~30% 할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02)557-1987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선―영웅

"대한제국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원한다며/ 세계에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퍼뜨리며 세계인을 농락한 죄/ …동양의 평화를 철저히 파괴한 천인공노의 죄 때문이다." 뮤지컬 '영웅'의 한 장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이유에 대해 법정에 선 안중근 의사가 당당히 밝히는 노래 '누가 죄인인가'다. '안중근 의사가 일부 일본인의 망언처럼 테러리스트가 아닌 이유'에 대해 자녀에게 이보다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공연이 있을까. 의거 100주년인 지난 2009년 초연된 이 작품은 제16회 한국 뮤지컬대상 6관왕을 휩쓴 '검증된 창작 뮤지컬'이다. 3만~7만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66-1823

 연극 ‘하녀들’, 뮤지컬 ‘고스트’, 뮤지컬 ‘영웅’.
1 연극 ‘하녀들’ (연희단패거리 제공) 2 뮤지컬 ‘영웅’ (로네뜨M&C 제공) 3 뮤지컬 ‘고스트’ (성형주 기자)
훈훈한 설날이 지겹다면―하녀들

명절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가족적이며 따뜻한 분위기'에 젖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도대체 언제 시집갈 거니' '우리 애는 명문대 합격했어' 같은 친척들의 말 한마디에 내년 설날까지 지속될 울화가 쌓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공연장에 가는 것만으로도 일탈과 전복의 느낌을 받는 연극이 이윤택 예술감독이 이끄는 연희단패거리의 부조리극 '하녀들'이다. '도둑일기'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장 주네(1910~1986)의 현대극으로, 두 하녀가 마담이 외출한 빈집에서 역할극을 하며 평소 쌓일 대로 쌓였던 욕망을 분출한다. 연극과 현실이 겹치는 순간에 엽기적인 파국이 찾아온다. 1만5000~3만원. 대학로 게릴라극장, (02)763-1268

모든 걸 잊고 웃어보자―웃음의 대학

단 4일 휴식 끝에 다시 '웃음이 없는' 현실세계로 돌아갈 일이 까마득하다면, 이번 설날만큼은 원 없이 폭소를 터뜨릴 수 있는 연극을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일본 유명 극작가 미타니 고키(三谷幸喜)의 대표작인 '웃음의 대학'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희극을 무대에 올리려는 작가와 그것을 막는 검열관의 대립을 그리는 2인극이다. 희극을 비극으로 만들려는 검열관의 얼토당토않은 노력은 오히려 대본을 더 우습게 만들면서 관객의 배꼽을 들었다 놨다 한다. 3만5000~4만5000원, 설 연휴 30매 한정 특별할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02)766-6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