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22 23:59
[전복 껍데기로 작품 만드는 지용호]
전복집과 인터넷 통해 재료 조달, 조각 하나하나 붙여 '손맛' 살려
"매일 저녁이면 이종격투기 연습… 온몸으로 몰두하는 내 작업과 닮아"
2년 전 서울 홍대 앞 중국집. 짬뽕 국물 들이켜던 젊은 사내가 잠시 그릇을 내려놨다. 사내의 시선이 머문 곳은 짬뽕 국물에 빠져 몸을 반쯤 드러낸 전복이었다. 빨간 짬뽕 국물을 향해 보란 듯 무지갯빛을 발산하는 전복 껍데기. 사내는 맘먹었다. 이 오묘하면서도 단단한 녀석을 작업에 쓰겠다고.
작가 지용호(36)는 이렇게 전복 껍데기란 소재와 조우(遭遇)했다. 지용호는 지난 10여 년간 폐타이어로 반인반수(半人半獸) 돌연변이 형태의 '뮤턴트(Mutant)' 시리즈를 만들어 국내외에서 주목받아온 작가다. 뉴욕·홍콩·런던을 거쳐 작년엔 아랍에미리트의 F1 경기장에서 개인전을 했다. 그런 그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타이어 작가'란 타이틀을 애써 떼고 '어패류 작가'로 전향했다. 2년간 전복 껍데기를 줍고, 깨고, 붙여 조각 스무여 점을 만들었다. 그 결실 '오리진(Origin)' 시리즈를 23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작가 지용호(36)는 이렇게 전복 껍데기란 소재와 조우(遭遇)했다. 지용호는 지난 10여 년간 폐타이어로 반인반수(半人半獸) 돌연변이 형태의 '뮤턴트(Mutant)' 시리즈를 만들어 국내외에서 주목받아온 작가다. 뉴욕·홍콩·런던을 거쳐 작년엔 아랍에미리트의 F1 경기장에서 개인전을 했다. 그런 그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타이어 작가'란 타이틀을 애써 떼고 '어패류 작가'로 전향했다. 2년간 전복 껍데기를 줍고, 깨고, 붙여 조각 스무여 점을 만들었다. 그 결실 '오리진(Origin)' 시리즈를 23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최근 경기도 양주 장흥아트파크에 있는 지용호의 작업실을 찾았다. '끼익.' 영하의 바깥 기온을 차단하는 철문을 열자 별세계(別世界)가 펼쳐졌다. 전복 껍데기를 붙여 비행체처럼 유선형으로 만든 작품이 천장 곳곳에 매달려 있다. 마치 SF 영화 속 우주 공간을 둥둥 떠다니는 운석 같기도 하고, 고생대 바닷속을 유영했을 법한 기이한 해양 생물체 같기도 하다.
"이전 작업은 타이어라는 인공 소재를 써서 형태가 왜곡된 동물과 사람을 재현(再現)하는 작업이었어요. 이번엔 재현에서 벗어나 감(感)과 촉(觸)에만 의지해 고유한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그랬더니 외계 생명체 같은 모양이 나왔네요."
탄탄한 근육질 몸매의 지용호는 예술가나 작가보단 운동선수 같았다. 실제로 그는 매일 오후 7시 작업을 끝내면 이종격투기 연습장으로 달려간다.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려는 내 작업과 몸 하나만 가지고 싸우는 이종격투기란 운동이 묘하게 닮았어요. 운동하듯 온몸을 몰두해 작업하는 스타일입니다."
"이전 작업은 타이어라는 인공 소재를 써서 형태가 왜곡된 동물과 사람을 재현(再現)하는 작업이었어요. 이번엔 재현에서 벗어나 감(感)과 촉(觸)에만 의지해 고유한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그랬더니 외계 생명체 같은 모양이 나왔네요."
탄탄한 근육질 몸매의 지용호는 예술가나 작가보단 운동선수 같았다. 실제로 그는 매일 오후 7시 작업을 끝내면 이종격투기 연습장으로 달려간다.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려는 내 작업과 몸 하나만 가지고 싸우는 이종격투기란 운동이 묘하게 닮았어요. 운동하듯 온몸을 몰두해 작업하는 스타일입니다."

이 '육체파 작가'는 운동으로 기른 팔과 손의 미세한 근육을 정교한 작업에 활용했다. "컴퓨터는 거의 안 써요. 모두 수(手)작업을 합니다. 일일이 거푸집을 만들고, 핀셋으로 전복 껍데기를 하나하나 붙여요. 네일아트 할 때 손톱 붙이듯 말이죠(웃음)." 지용호는 요즘 젊은 작가들이 잃어가는 '손맛'을 진지하게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패각(貝殼)이라는 소재는 작가가 천착하는 '날것의 원시성'을 극대화해줬다. 그 자체의 생김이 투박하여 태고의 신비가 느껴지는 데다, 서로 다른 크기의 껍데기가 모였을 때 빛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색깔 덕에 질감이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이 많은 전복 껍데기, 어디서 구했을까. "처음엔 서울 시내 유명 전복집을 순례했어요. 그래도 모자라 '이베이'를 뒤져 전복 껍데기 파는 곳을 찾아냈어요. 뉴질랜드·호주·캐나다산을 그렇게 배달받았어요." 컴퓨터로 작업은 안 하지만, '인터넷 재료 쇼핑'은 하는 흥미진진한 신세대 작가다.
문의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