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리뷰] 연주는 발랄, 성악은 밋밋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4.01.16 23:47

빈 슈트라우스·빈 폴크스오퍼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단원이 지휘자 빌리 뷔흘러에게 꽃을 주며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단원이 지휘자 빌리 뷔흘러에게 꽃을 주며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빈체로 제공
이렇게 유쾌한 클래식 콘서트가 있을까.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공연한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관객을 들썩이게 하는 퍼포먼스가 두드러졌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관광열차' 폴카를 지휘하던 빌리 뷔흘러는 갑자기 장난감 나팔을 불고, '천둥과 번개' 폴카 때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파도타기 응원하듯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일어났다 앉기를 두세 번 되풀이했다. 객석을 향해 뒤돌아선 뷔흘러는 관객들까지 일으켜 세웠다 앉혔다.

휴식 시간 후 2부 '대장간 폴카' 시작 직전엔, 타악주자가 벌떡 일어나 "이젠 내 차례입니다"라고 한국말로 소리쳤다. 앞으로 걸어나와 지휘자를 내쫓은 타악주자는 작은 망치를 두들기며 대장간 흉내를 냈다. 단원들의 '하하' 웃음소리로 끝난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근심 없이' 빠른 폴카가 피날레였다.

지난 11일 같은 곳에서 공연한 빈 폴크스오퍼 심포니는 오페라보다 가벼우면서도 풍자 넘치는 빈 오페레타의 세계를 보여줬다. 교향악단 연주에 맞춰 폴크스오퍼 소속 성악가 테너·소프라노 2명은 번갈아가며 오페레타 아리아를 불렀다. 교향악단의 왈츠와 폴카 연주는 함께 온 발레단원(4명)들의 실연(實演)과 어우러져, 왈츠와 폴카가 원래 춤곡이라는 사실을 실감 나게 했다.

두 오케스트라의 수준급 연주를, 성악가들이 받쳐주지 못한 것은 아쉽다.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단원 홍혜란은 조금 더 다듬어야 할 것 같았다. 앙코르로 들려준 레하르 '유쾌한 미망인'의 '친애하는 후작님'이 잠깐 빛났을 뿐, 대부분 밋밋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비롯한 폴크스오퍼 심포니의 연주도 성악가들의 부진 때문에 살짝 빛이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