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18 03:05
[뮤지컬 화제작 시아준수 주연 '디셈버…' 봤더니]
3시간 넘는 공연, 비싼 티켓
이야기 개연성 떨어지고 노래와 대사는 어색하게 흘러
올해 공연계 최대 화제작인 '디셈버: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하 디셈버)에는 다른 공연에는 없는 두 가지가 있다. 망원경과 '귀여워'다. 극장 입구에서 파는 망원경은 주연 배우 김준수(시아준수)를 살펴보려는 팬이 사는 물품이고, '귀여워'는 그들이 중간중간 내뱉는 탄성이다.
뮤지컬 티켓 파워 최대 강자인 김준수가 출연, 김광석의 노래로 꾸며지는 주크박스 뮤지컬인 '디셈버'(16일 개막)는 김준수라는 '여의주'를 갖고서도 승천하지 못한 개천의 이무기였다. 올해 나온 뮤지컬 중 가장 긴데(대극장 표준 시간보다 1시간 긴 3시간 30분) 보고 느낄 이야기가 없으며, 창작뮤지컬로는 2007년 '대장금' 이후 가장 비싼데(14만원. VIP석 피크데이 기준), 가격 대비 만족도는 매우 낮았다.
◇김준수 팬클럽 방불케 하는 관객
공연장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000석을 메운 대부분의 관객은 김준수의 팬으로 보이는 20대 초반 여성이다. 이들은 김준수가 어색한 대사를 던질 때마다 까르르 웃으며 "귀여워"를 연발했다. 어색한 대사에 김준수 자신이 쑥스러워할수록 감탄의 강도가 세진다. "괜찮은데"라는 평범한 대사에도 '꺄아~' '귀여워~' '준수야, 아~아, 준수야~'가 이어진다.
◇봤더니 어땠나
대사와 대사 사이에 노래를 넣어 엮으면 뮤지컬이라 생각하는 게 초보 뮤지컬 극작가의 대표적 실수다. 장진의 대본은 그 함정에 그대로 빠져 있다. 줄거리는 한 줄로 요약된다. '첫눈에 반한 그녀가 알고 보니 죽었는데, 그래도 죽도록 그리워한다.' 뮤지컬이 아무리 노래의 힘으로 간다지만 최소한의 개연성은 있어야 하는 법. 그러나 3시간 30분이 지나도 주인공 지욱이 어떤 인물인지,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여주인공도 '얼굴이 예쁜 골수 운동권'이라는 것만 강조된다. 장면 대부분이 연극처럼 길게 이어지다 김광석 노래로 급하게 시침질해서 넘어간다. 노래를 부를 때 빛나는 김준수는 평면적인 인물과 어색한 대사에 갇혀 있다 1막 마지막에야 처음으로 시원한 솔로곡을 부른다.
감정을 서서히 쌓아올렸다가 터뜨리는 게 아니라, 슬픈 노래와 함께 덩어리째 던져주고 알아서 받아들이라는 식이니, 공감은 가지 않고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공연 시작 3시간이 지날 무렵, 기자 옆에 앉아 '귀여워'를 연발하던 김준수의 열성 팬조차 하품을 했다. 김준수가 오열하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3시간 20분 무렵, 김준수가 주인공 지욱이 아니라 김준수 자신이 되어 애드립으로 어깨춤을 보여주니 가라앉았던 객석이 화기애애해졌다. 배우가 역할을 벗어나야 화색이 도는 뮤지컬, 그것이 '디셈버'다.
★추천 관객: 김준수가 무대에 서 있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면.
★비추천 관객: 감식안 높은 뮤지컬 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