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18 10:43
뮤지컬계의 스타 김준수가 <디셈버>로 돌아왔다. 새로운 시도가 넘쳐나는 이 창작 뮤지컬이 받는 주목과 기대는 뜨겁다. 그 용광로 한가운데 김준수가 있다.
김준수는 뮤지컬계에서 신뢰받는 브랜드 중 하나다. 김준수가 출연을 확정하면 그 작품은 단번에 화제작 대열에 이름을 올린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는 티켓 파워는 아이돌 가수 시절부터 그를 지켜온 열성 팬들에게서 시작해 뮤지컬 마니아, 일반 대중에게 확대되고 있다. 어느덧 팬들은 그를 ‘믿고 보는 김준수’라고 치켜세우고, 제작자들은 그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한다.
올겨울 김준수의 선택은 창작 뮤지컬 <디셈버 : 끝나지 않은 노래>(이하 <디셈버>)다. 고 김광석의 노래를 재구성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충무로의 이야기꾼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아 김광석의 노래에 서정적인 스토리를 얹었다. 김광석의 노래가 뮤지컬 무대에 오른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날들> 역시 김광석의 노래가 주인공이었다. 두 번째 시도가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김준수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보물함에서 꺼낸 김광석의 미발표곡
뮤지컬 배우 김준수의 행보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첫 뮤지컬이었던 <모차르트!>는 그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오스트리아 빈 뮤지컬이었다. 그 뒤에 출연한 <천국의 눈물>은 창작 뮤지컬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김광석이 그를 사로잡았다.
“끌리는 요소가 정말 많았어요.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게 됐고 무엇보다 김광석 선배님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니 영광이죠. 특히 미발표곡을 제 목소리로 부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디셈버>가 특별한 첫 번째 이유는 김광석의 미발표곡을 공개한다는 점이다. 김광석이 가창한 18곡과 자작곡 4곡은 물론 악보만 남은 미발표곡 ‘다시 돌아온 그대’, ‘12월’이 공개된다. 아무도 부르지 않은, 심지어 김광석 본인도 공개적으로 부른 적 없는 노래를 처음 들려준다는데 매력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뮤지컬 배우이기 이전에 가수인 김준수가 <디셈버>에 끌린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트랙 리스트에 미발표곡이 있는 걸 보고 바로 들어봤어요. 마치 보물상자에서 노래를 꺼내듯 그 트랙을 꺼내 들었는데 두 곡을 듣자마자 <디셈버>를 놓치면 후회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곡 다 좋았지만 ‘12월’은 정말 좋았어요. 뮤지컬 타이틀도 ‘12월(뮤지컬 이름과 같은 디셈버)’이에요. 장진 감독님한테 이 곡이 좋아서 제목으로 지은 거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제게는 운명 같은 노래예요.”
익숙하지만 새로운 김광석의 노래를 위해 국내 대표 재즈 뮤지션 김중우가 편곡을 했다. 그는 돈 스파이크 등 다양한 편곡자와 손을 잡고 김광석의 음악을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었다.
“김광석 선배님의 노래 중 가장 공감했던 곡은 두 곡이에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을 당시에 ‘일어나’를 많이 들었어요. 아직 군대에는 가지 않았지만 ‘이등병의 편지’도 좋아해요. 미리 군대에 가는 마음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아이돌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서 겪은 성장통
최근에는 아이돌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이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김준수에게 뮤지컬 무대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전 소속사와 갈등을 겪고 JYJ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방송 활동은 제약을 받고 있다. 사방이 막힌 상황에서 김준수는 뮤지컬을 선택했다. 그 선택으로 새로운 활로가 열렸다.
김준수 인생의 2막을 알린 작품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온 뮤지컬 <모차르트!>였다. 아이돌 그룹 시절부터 노래 잘하는 가수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연기는 처음이었다. 뮤지컬 특유의 발성이 가능할지도 미지수였다. 우려를 뒤집고 김준수는 성공했다. 기대 이상의 연기력과 발군의 가창력으로 가능성을 펼쳐 보였다.
현재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수입 국가가 다양해졌지만 2010년 당시만 해도 유럽 뮤지컬은 국내 팬들에게도 낯설었다. <모차르트!>의 성공은 김준수의 스타성과 존재감을 등에 업은 결과였다. 김준수가 출연하는 회 차마다 3천 석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가득 찼다. 김준수의 공연을 본 팬들이 다른 배우들의 출연 회 차까지 관람을 하면서 <모차르트!> 열풍이 불었다. 김준수는 단 한 편의 작품으로 뮤지컬계의 톱스타 조승우에 맞먹는 티켓 파워를 가진 뮤지컬계 핫스타가 됐다. 김준수의 캐스팅은 곧 흥행으로 이어졌다. 뮤지컬계에서는 작품을 잘 만드는 프로듀서가 아니라 김준수, 조승우를 캐스팅할 수 있는 사람이 능력 있는 프로듀서라는 농담까지 돌 정도였다.
막강한 팬덤의 강력한 지지와 사랑으로 첫 시험대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김준수의 두 번째 선택은 예상을 깨고 창작 뮤지컬이었다. 베트남전에 파병된 남자 준과 베트남 여인 린의 사랑을 그린 <천국의 눈물>은 유명 뮤지컬 <미스 사이공>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보다 한국적인 색채를 가미했다. 김준수는 사랑에 빠진 남자 준을 연기했다.
<천국의 눈물>은 김준수의 가능성과 유연성을 확인해준 작품이다. 김준수는 청년과 장년을 오가는 어려운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모차르트!>에서 지적받았던 발음, 발성의 문제를 해결하며 다시 한 번 도약했다. 더욱 넓어진 중저음과 특유의 미성은 호평을 받았다. 또 무대에서 애드리브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재치도 보여줬다. 무대에 적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팬이 아닌 관객들의 평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아이돌 가수가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은 것이다.
<엘리자벳>은 뮤지컬 배우 김준수의 재능이 만개하기 시작했음을 알린 작품이다. <모차르트!>의 실베스터 르베이가 음악을 만든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의 가장 아름다운 황후로 불리는 엘리자벳의 일생을 그린 작품. 드라마틱했던 엘리자벳의 일대기에 판타지 요소인 죽음이라는 캐릭터를 추가해 색다른 매력으로 극찬을 받았다.
김준수는 황후 엘리자벳을 유혹하는 죽음(토드)을 연기했다. 엘리자벳의 일생을 함께하는 죽음은 사람이 아니라 판타지 요소를 형상화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표현하기 녹록지 않았다. 김준수는 강렬한 아이라인과 검은색 매니큐어로 죽음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섹시하고 매혹적인 죽음을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김준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실베스터 르베이는 <엘리자벳> 프레스콜에서 “김준수와 다시 작품을 함께하게 돼 영광이다. 무대 위의 존재감은 가히 최고다”라고 극찬했다.
“방송 활동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무대가 그립다”고 말하는 김준수는 차근차근 성장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수상 실적으로 드러난다. 뮤지컬 데뷔 첫 해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2010년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신인상을 거머쥔 배경에 스타성이 있었다면, <엘리자벳>으로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욕심 많은 김준수의 멀티 행보
뮤지컬 배우로 훨훨 날고 있는 김준수의 행보는 한층 다채로워졌다. 뮤지컬 배우뿐 아니라 솔로 가수로도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7월 발매한 2집 앨범에서는 힙합이 가미된 댄스곡을 선보였다. 팝, 일렉트로닉 댄스부터 R&B, 펑키, 네오소울, 발라드 등 다양한 스타일을 담은 앨범은 김준수가 직접 프로듀싱했다. 음악적 역량과 보컬리스트로서 가치를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중이다.
앨범 발매 후에는 아시아투어 콘서트도 열었다. 일본 나고야, 요코하마 2개 도시에서 총 6회 공연이 열렸다. 나고야 니혼가이시 홀에서 총 2만4천여 명,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총 3만3천여 명의 팬들과 만났다. 콘서트 티켓은 오픈 일주일 만에 15만 명이 넘는 인원이 몰리면서 여전한 인기를 입증했다.
의외의 행보는 사업의 영역이다. 김준수는 제주도 서귀포시에 1백29억 원을 투자해 호텔을 짓는다. 김준수가 대표로 있는 제주토스카나호텔은 지난해 서귀포시 강정동 3700-4 일대 부지 21026㎡에 호텔을 짓는 관광객 이용시설업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지난 4월부터 공사를 벌이고 있다. 65개의 객실, 야외 수영장, 레스토랑, 카페, 스파시설, 세미나실 등의 시설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완공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해외 팬들 사이에 ‘김준수 호텔’로 불리고 있다. 호텔 쪽은 최근 제주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신청했다. 완공 이후 김준수 뮤직 체험, K팝 스타 이벤트, K팝 신인 이벤트, 한국 밴드음악 뮤지션 초청 이벤트, 한국 비보이댄스 이벤트 등의 문화공연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김준수가 아시아에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는 만큼 완공 후 제주도에 관광 한류가 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황유영 | 사진 신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