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인치 속에 담긴 배우의 얼굴… 땀구멍 하나하나까지 생생히 담겨

  • 오사카=신정선 기자

입력 : 2013.11.24 23:46

일본서 최초로 공연한 스크린 뮤지컬 '잭더 리퍼'

공연 시작 10분 전, 2400석 대극장으로 관객이 속속 입장했다. 로비에서는 줄 선 관객들이 출연 배우 얼굴이 새겨진 과자와 프로그램 북을 사고 있었다. 겉으로는 여느 공연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습. 그러나 공연이 시작됐는데도 무대에 세트가 보이지 않았다. 있는 것은 거대한 스크린뿐. 21일 오후 6시30분 정각, 450인치(가로 9m, 세로 5m) 스크린이 갑자기 환해지며 그룹 2PM의 준케이의 얼굴이 커다랗게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오사카 여러분, 공연을 시작합니다." 동시에 객석 여기저기에서 감탄사가 터졌다.

일본 오사카 오릭스극장에서 해외 뮤지컬로는 최초로 한국의 '잭 더 리퍼'가 '시어터 뷰잉'(theater viewing·뮤지컬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공연)으로 올라갔다. 요코하마 가나가와 극장의 실제 공연을 녹화해 오사카 대극장에서 스크린으로 '공연'했다. 450인치 스크린에 땀구멍까지 보일 듯, 배우 하나하나, 무대 구석구석이 선명하게 비쳤다. 준케이가 인상을 찡그릴 때 보이는 선명한 잔주름, 먼 곳의 관객을 고려해 과장되게 화장한 여배우의 하늘을 찌를 듯한 인조 속눈썹, 앙상블 배우가 손에 든 영자 신문 소품 등 대극장 실제 공연에선 볼 수 없는 미세한 부분이 보였다. 하지만 카메라로 확대하고 편집으로 집중하니, 아무래도 공연 전체를 감상하기는 어려웠다.

지난 21일 일본 오사카 2400석 규모 오릭스극장에서 450인치 스크린으로‘공연’된 뮤지컬‘잭 더 리퍼’. 살인마 잭으로 출연하는 배우 김법래씨의 얼굴이 크게 보인다.
지난 21일 일본 오사카 2400석 규모 오릭스극장에서 450인치 스크린으로‘공연’된 뮤지컬‘잭 더 리퍼’. 살인마 잭으로 출연하는 배우 김법래씨의 얼굴이 크게 보인다. /엠뮤지컬아트 제공
오사카 '스크린 뮤지컬'이 영화 관람과 다른 것은 영상을 제외한 모든 환경이 일반 극장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국내 영화관은 200석 안팎이 대부분인데, 12배나 큰 극장에서 대형 화면으로 즐기니 박력이 압도적이다. 본 공연 앞뒤로 붙은 부가 영상도 일반 무대 공연에서는 못 보던 장면이다.

뮤지컬은 현장성이 생명. 특정 극장에서 많아야 하루에 두 번 하니 영화보다 누적 관객이 적을 수밖에 없다. 대극장이 없는 중소 도시 관객은 '원정'을 가지 않고서는 아예 볼 수 없다는 점도 제약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뮤지컬은 서울 중심. 일본에서 5~6년 전부터 이 같은 한계를 넘기 위해 시도한 것이 '라이브 뷰잉(live viewing·실시간 중계 공연)'이다. 현장을 포기한 대가로 얻는 것은 저렴한 티켓. '잭 더 리퍼'의 경우, 요코하마 실제 공연은 1만6000엔(약 17만원)이지만, 오사카 티켓은 5500엔(약 5만8000원)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을 나서는 관객들은 "좋았다" "재미있었다"는 평을 많이 했다. '잭 더 리퍼'를 여러 번 본 기자도 큰 화면에서 보니 극장과 다른 재미를 느꼈다.

그러나 영화관으로 향하던 관객의 발길을 뮤지컬 극장으로 돌리게 하려면 가격대를 좀 더 낮춰야 가능성이 있어보였다.'잭 더 리퍼' 일본 공연 주최사인 공연기획사 구아라스의 히로후미 마쓰노 공연 디렉터는 "한국 뮤지컬의 대극장 시어터 뷰잉은 모험이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향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