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은 비주류, 인기엔 무관심, 수입은 글쎄요…

  • 정지섭 기자

입력 : 2013.11.21 23:25

[책으로 엮어낸 인디 음악인들의 이야기]

김일두·퓨어킴·쾅프로그램… 첫 정규앨범 낸 뮤지션 뒷얘기 "가족은 내 든든한 빽이자 팬"

'인디' '비주류'라 불리는 젊은 음악인들이 있다. 남들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음악을 창작하면서 소위 '대중성'이란 것과의 접점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서울 문래동 복합문화공간 재미공작소는 지난 1년 남짓 첫 정규앨범을 발표한 이들과 나눈 얘기를 묶은 두툼한 인터뷰집 '우리들의 황금시대'를 다음 주 출간한다. 오는 30일에는 서울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뮤지션들이 꾸민 8시간짜리 출간 자축 릴레이 공연도 열린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했다. 이들에게 음악이란 무엇일까. 그들의 '황금시대' 속으로 들어가 봤다.

음악과의 첫 만남

부산 싱어송라이터 김일두에게 남포동의 클럽 '재즈창고'는 데뷔 무대이자 비루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구였다. "용역회사 하급 관리자로 4년간 일하는 등 바꾼 직장이 30군데쯤 됐다. 미국에서 온 영어 강사 친구들과 함께 2008년 그룹을 결성했다. 한 번 태어났는데 이왕 자기가 좋아하는 것 열심히 해보는 게 좋지 않나."

인디 가수 이랑(가운데)의 공연 모습.
인디 가수 이랑(가운데)의 공연 모습. 그는 자신에게 음악적인 영향을 준 인물로 왕년의 뮤지컬 스타 줄리 앤드루스를 꼽았다.“ 특히 메리 포핀스를 좋아한다. 직접적이고 맑고 이야기하듯 노래하는 그 분위기!” /재미공작소 제공
유재하음악경연대회 (2008년 금상) 출신 홍혜림에게 음악과의 첫 인연은 '질투'다. "10대 초반부터 멜로디 만들고 가사 붙이는 걸 좋아했지만 이론은 몰랐다. 그런데 고2 때 급우 중 클래식 작곡 지망생이 뭔가 공책에다 열심히 적는 걸 보고 갑자기 자극이 확 되더라."

20대 청춘들의 일상을 재치있게 노래한 앨범 '욘욘슨'으로 작년 호평받은 이랑에겐 '디즈니 OST'가 있다. "어렸을 때도 듣고 따라 하는 거 좋아해서 디즈니 OST 테이프를 다 외웠다. 캐나다에 이민 간 이모가 디즈니 영화 테이프를 보내주면, 자막 없는 채로 계속 보고…. '메리 포핀스' 같은 디즈니 음악 정서가 나에게 약간 남은 것 같다."

인디로 산다는 것

아직 국내에서 '인디'로 산다는 것은 '가난'의 동의어와 비슷하다. 그래서 '황금시대'라는 인터뷰집 제목은 역설적인 의미일 수도 있다.

의사이기도 한 포크 가수 '셀린셀리셀리느'는 '질투심'을 털어놨다. "부모님을 처음 공연에 초대했는데 관객이 한 명도 안 왔다. 전화해서 오던 길로 돌아가시라고 하고 그날 술 먹었다. 같이 활동했던 애들이 앨범 내고 잘될 때 부러움과 질투가 너무 심해지는 거다."

걸쭉한 한국형 블루스 음악으로 주목받은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은 "뮤지션으로서의 미래? 비관적이다. 5년 만에 컴백해서 차트 휩쓰는 그런 뮤지션들 말고, 나머지들은 정말 힘든 것 같다. 밤무대를 업으로 하거나, 모창 잘해서 나이트에서 노래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홍대에서 하는 거는…"라고 말한다.

김일두의 바람은 이렇다. "성공이 남들 말하는 것처럼 돈 많이 벌어 좋은 집 살고 그러는 거면 왜 안 해보고 싶겠나.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적정선까지만 된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월수입 160만원 정도."

가족은 내 최고의 팬

셀린셀리셀리느는“내게 동기 부여를 해준 작품은‘양희은 1991’앨범”이라고 했다. 이병우가 모든 곡을 썼다.
셀린셀리셀리느는“내게 동기 부여를 해준 작품은‘양희은 1991’앨범”이라고 했다. 이병우가 모든 곡을 썼다. /재미공작소 제공
뮤지션들에게 '가족'은 그 어떤 막강한 기획사보다도 든든한 '빽'이다. 여성 솔로 가수 퓨어킴의 말. "엄마가 데모 음반 몇백 장을 뽑아와 지인들 불러서 콘서트도 열어주고, 엄마 친구들에게도 강매했다. 그 돈 100만원을 주면서 '네가 처음으로 음악 해서 번 돈'이라고 말해주셨다."

2인조 록 밴드 '쾅프로그램'의 쇼케이스 관객들 사이엔 멤버 최태현의 할머니도 계셨다. "할머니가 우리 공연을 한 번도 못 봤는데 계속 보고 싶어하셨고 이번 앨범을 제작하는 데도 20만원을 투자해주셨다."

내 음악 꿋꿋이 하는 지금이 '황금시대'

시간이 흐른 뒤 이 중 몇몇은 예능 프로를 휘저을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이상 음악인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음악을 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잊지 않았다. "자기가 내고자 하는 색깔, 그러니까 노란색을 칠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렇게 색칠할 수 있는 테크닉 정도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밴드 '논' 베이스 정주영) "열 명 중 여덟 명이 좋아할 만한 음악이 있고, 두 명만 강렬하게 좋아할 만한 음악이 있다. 내 음악이 두 명만 강렬하게 좋아해 주는 음악이라면 좋다."(셀린셀리셀리느). 공연 문의 070-7517-6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