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채 잡은 여배우 문희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3.11.13 03:04 | 수정 : 2013.11.13 10:13

15일 전통 가곡 '정가' 공연 "영화 데뷔할 때 만큼 떨리네요"

1960년대 후반 남정임·윤정희와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를 이뤘던 배우 문희(66·백상문화재단 이사장)가 대중 앞에 돌아온다. 이번엔 스크린이 아니라 무대다. 15일 충무아트홀에서 올리는 정가 발표회 '나루연가'.

"영화 데뷔할 때만큼 떨리네요. 괜한 짓 한다 싶기도 하고…."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2동 우성상가 2층 연습실에서 장구 치는 문희를 만났다. 연습실 밖으로 장단을 맞추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신운희 단국대 국악과 초빙교수에게 정악을 배우는 동호인 '나루회' 회원인 이민지 걸스카우트 부총재, 박문자 학교법인 만강학원 이사장, 한복전문 디자이너 김영미 황금바늘 원장 그리고 배우 문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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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희는“정악의 고요한 울림이 내 성격과 잘 어울린다”고 했다. /성형주 기자
"제가 정가(正歌)를 한다고 하니까 다들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맑은 햇살이 가슴에 스며드는 것처럼 이 소리가 매우 좋았어요." 문희는 5년 전 우연히 정가 공연을 본 뒤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2009년 5월부터 매주 한 차례씩 신 교수에게 시조와 전통 가곡을 회원들과 함께 배웠다. 정가는 시조와 전통 가곡을 통칭하는 말. 높은 문학성과 서정성을 바탕으로 삶을 관조하는 듯한 음률을 특징으로 하는 정악의 백미다.

이번 공연에서 문희는 사설시조 '팔만대장'을 혼자 부르고 가곡 '편수대엽', 중허리시조 '임그린 상사몽', 창작곡 '백구사' '어디로 갈거나'를 동료 3명과 함께 부른다. 팔만대장은 불교 음악. 한양대 음대 교수를 지낸 이민지 부총재는 "장단에 대한 감각과 서양 음악의 표현력이 달라서 음악을 전공했어도 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문희는 열여덟이던 1965년 영화 '흑맥'으로 데뷔, 1971년 결혼과 함께 갑작스레 은퇴했다. 42년 만에 대중 앞에 서는 그는 "요즘 집에서도 장단을 맞추면서 소리를 웅얼거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정가 예찬'을 이어간다. "정가는 조선시대 상류층이 즐긴 음악으로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도움이 돼요."

문희는 "이거 잘못하면 오해받는데…" 하고 멈칫했다. "한 가지 더 있어요. 술 한잔 마시면서 풍류에 젖어 부르는 권주가(勸酒歌) 한 자락이 정말 그만이에요. 이 공연 끝나면 선생님께 배워보려고요."

노래 연습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손사래를 치면서 몰아냈다. "누가 보면 떨려서 못 불러요. 며칠 뒤에 공연장에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