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사이먼 래틀)이 세계적 지휘자라 좋은 점? 맨발의 디바 曰 "커피 앤드 베드"

  • 상하이=김기철 기자

입력 : 2013.11.11 00:16

첫 내한 독주회 여는 코제나

붉은 드레스를 입은 '클래식의 퍼스트레이디'가 맨발로 걸어나왔다. 8일 저녁 상하이 도심 인민공원 근처 상하이음악청. 1930년 세워진 콘서트홀에서 체코 출신 세계적 메조소프라노 막달레나 코제나(40)가 기타 반주에 맞춰 아리아를 부르기 시작했다. 17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비탈리(Vitali)의 '아름다운 눈동자여'. 엄숙한 성가(聖歌)풍이면서도 사랑의 열정을 담은 연가(戀歌)로 90분짜리 콘서트 '사랑의 편지'를 시작했다. 2010년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낸 앨범에 실린 17세기 바로크 아리아 곡들이었다.

'맨발의 디바'는 사랑 때문에 들뜨고, 비탄에 빠지는 연인을 연극하듯 몸짓과 표정에 담아 노래했다. 기타와 콜라시오네·비올로네·리로네 같은 고(古)악기 연주자 7명으로 이뤄진 앙상블 '프리바테 무지케'가 떠받쳤다. 연주 중에도 휴대폰으로 '찰칵'거리며 사진을 찍는 일부 청중들의 무례(無禮)가 거슬렸다. 하지만 코제나와 앙상블이 빚어낸 바로크 시대의 아련한 분위기가 공감을 이끌어낸 덕분에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코제나는 “바로크 음악은 해석의 자유가 많고, 청중들과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코제나는 “바로크 음악은 해석의 자유가 많고, 청중들과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빈체로 제공

다음 주 첫 내한 독주회를 갖는 코제나를 7일 저녁, 인민공원 근처 호텔에서 만났다. 2주간의 투어 일정이라 5세, 8세 두 아들을 함께 데리고 왔다고 했다. 코제나는 "호텔방에서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주고, 체크한다"고 했다.

코제나는 세계 음악계를 이끄는 사이먼 래틀(58) 베를린 필하모닉 지휘자의 아내다. '음악계의 퍼스트레이디'란 별명도 그래서 나왔다. 2003년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 '이도메네오'에 나섰다가 지휘를 맡은 래틀과 만났다. 세계적 지휘자를 남편으로 둔 이점은 뭘까. "커피 앤드 베드." 툭 던진 농담에 마시던 물을 뿜을 뻔했다. "보통 부부와 다름없다"는 반격. 코제나는 "집에선 클래식 음악은 전혀 듣지 않고 재즈나 월드뮤직을 들을 만큼, 음악 얘기는 잘 안 한다"고 했다.

래틀과 코제나, 두 스타 부부의 움직임은 음악계의 관심사다. 코제나는 올해 독일 바덴바덴 축제에서 올린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세계적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단역인 시녀를 맡았다. 코제나는 '더 타임스' 인터뷰에서 "남편이 부탁했고, 부활절 휴가를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어 승낙했다"고 말했다.

체코 제2의 도시 브루노가 고향인 코제나는 여섯 살 때부터 브루노 어린이 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다. 원래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열네살 때 브루노 음악원 시험을 앞두고 갑자기 손목을 다쳤어요. 할 수 없이 성악으로 시험을 봐서 들어갔어요." 1995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1998년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가수가 됐다. 바로크 음악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작년엔 드보르자크, 라벨, 말러 아리아를 담은 음반을 내면서 레퍼토리를 넓혀 가고 있다.

한국에서 바로크 음악은 별로 인기가 없다. 코제나는 생각이 달랐다. "바로크 음악은 연주자에게 재량껏 노래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작곡가가 현대음악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보통 작은 홀에서 연주하는데, 더 친근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막달레나 코제나 내한공연, 1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02) 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