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한 베토벤"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3.11.06 23:42

신세계百 부흐빈더 연주회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67·사진)는 5일 오전 서울로 날아왔다. 전날 밤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베토벤 협주곡 3곡(1, 2, 5번)을 직접 연주한 부흐빈더였다. 이날 예술의전당에서 그는 부천시향(지휘 임헌정)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 4번을 '노래'했다. 당일 리허설도 건너뛰었지만 정확하면서도 명징한 건반과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연주였다. "레이저를 쏘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 베토벤 협주곡의 구조적 측면을 완벽에 가깝게 구석구석 투사하는 통찰력이 빛났다"(이영진 음악칼럼니스트)는 찬사가 쏟아졌다.

루돌프 부흐빈더 사진
소니 뮤직
이날 연주는 신세계백화점이 VIP 고객을 대상으로 기획한 전석 초대 공연이었다. 보고 싶다고 표를 살 수 있는 공연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연 4000만원 이상을 구입하는 VIP 퍼스트 고객 이상을 초대했다"고 밝혔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등 문화계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부흐빈더는 지난달 27일에도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유료 관객이 500여명에 불과, 콘서트홀 1층 양쪽 좌석이 텅텅 비었다. 작년 첫 내한 공연을 가진 낯선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베르트 즉흥곡, 베토벤 소나타 '발트슈타인', 쇼팽 소나타 3번으로 꾸민 그의 연주는 '이런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그간 국내에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호연(好演)이었다. 5일 밤 신세계의 '비공개 콘서트'를 찾은 것도 며칠 전의 감동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부흐빈더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연주 활동을 펼치는 정상급 피아니스트다. 1982년 낸 첫 번째 베토벤 소나타 전곡집 음반은 "감정과 기교 면에서 가장 완벽한 베토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011년 5월 빈 필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동영상(DVD·블루레이)도 최근 나왔다. 부흐빈더는 12일과 13일 이틀간 도쿄 산토리홀에서 빈 필을 지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