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쓸 고객만 잡아 공략하겠다"

  • 런던=이태훈 기자

입력 : 2013.10.20 23:26

영국 프리즈 아트페어… VIP 많은 마스터스 규모 키우고 일반 관람객 티켓은 25% 줄여

실험적인 성격으로 잘 알려진 영국 아트페어 프리즈(Frieze)가 '클래식'으로도 외연을 넓혔다. 지난해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기존의 프리즈 런던과는 별도로 고대, 르네상스, 근대의 거장(巨匠) 작품을 파는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를 설립한 것. 올해 2회째인 '프리즈 마스터스'(현지 시각 17~20일)에는 130곳의 화랑이 참여했다. 런던의 현대미술 전문잡지 '프리즈' 발행인들이 창설한 프리즈는 올해로 11회째다.

회원제 명품숍 같은 '프리즈 마스터스'

명품백을 멘 소수의 부유한 컬렉터들이 부스 사이를 여유롭게 오가며 그림값을 흥정하는 마스터스 전시장은 마치 회원제 명품숍처럼 보였다. 올해는 특히 고미술품 전문 갤러리들이 대거 합류하며 고대 이집트부터 중세 유럽, 20세기의 거장들까지 전시 진용이 깊고 풍부해졌다. 중세 종교화와 교회 제단 장식들, 플랑드르 거장 소(小) 브뤼헐의 '베들레헴의 인구 조사'(1611), 오스트리아 작가 한스 마카르트의 '클레오파트라의 죽음'(1875) 등 미술관급 작품 사이로 프랜시스 베이컨, 알베르토 자코메티, 루이즈 부르주아가 놓여 있었다. 마티스의 잉크 드로잉, 17~18세기 일본 춘화(春畵) 등 한 작가 혹은 테마에 집중하는 갤러리들도 많았다.

17~20일 영국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열린‘프리즈 마스터스’전시장에 걸린 플랑드르 회화의 거장 소(小) 피터르 브뤼헐의 1611년작 ‘베들레헴의 인구 조사’.
17~20일 영국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열린‘프리즈 마스터스’전시장에 걸린 플랑드르 회화의 거장 소(小) 피터르 브뤼헐의 1611년작‘베들레헴의 인구 조사’. 이 그림은 600만 파운드(약 103억원)에 예약됐다. /런던=이태훈 기자
영국 화랑 빅토리아 미로의 파비안 랭(Lang) 세일즈 디렉터는 미국 인물화가 앨리스 닐(1907~1984)의 작품만 걸어둔 부스에서 "프리즈 마스터스는 중세 유럽미술품에 집중하는 마스트리히트 아트페어와 비슷하지만 훨씬 정돈돼 있다. 이곳에선 수집가도 갤러리스트도 좀 더 세련되고 문명화된(civilized) 방식으로 서로를 만난다"고 했다.

'백화점' 같은 프리즈 런던

반면 일반 관람객과 컬렉터가 뒤섞여 북적이는 프리즈 런던 전시장은 마치 '백화점' 같은 모습. 가고시언의 제프 쿤스, 페로탱의 무라카미 다카시 같은 값비싼 인기 작가들은 관람객의 발길을 붙들어 매는 '미끼 상품' 역할을 했다. 페어 측은 '프리즈 런던' 참여 갤러리를 작년 175곳에서 올해 152곳으로 줄였다. '마스터스'가 작년보다 30여곳 늘어난 130곳을 받아들이며 덩치를 키운 것과는 정반대다.

프리즈는 또 올해 일반 티켓 공급량을 25% 줄였다. 지난해 관람객 6만7000여명 가운데 80% 이상이 그림을 사지 않고 구경만 한 '윈도 쇼핑객'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돈 안 되는 관람객 숫자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주말인 19일엔 오전 11시쯤 티켓이 동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1주일간의 '프리즈 위크' 동안 런던 전체에서 총 13억파운드(약 2조2000억원) 규모의 미술품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