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홍콩 미술계로 가는 기분? 우주선에 납치된 듯"

  • 곽아람 기자

입력 : 2013.10.16 00:02

첫 MoMA 한국인 큐레이터 정도련… 홍콩 M+박물관 수석 큐레이터로

MoMA의 첫 한국인 큐레이터 정도련.
정도련 홍콩 M+ 수석 큐레이터는“M+는 아시아의 중심에서 21세기를 총괄하는 글로벌한 미술관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완중 기자
"기분이 어떠냐고요? 우주선에 납치된 것 같아요. MoMA(뉴욕현대미술관)에서 4년 반 일하면서 좋은 곳이다, 많이 배웠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빨리 떠나게 됐네요. 고민 끝에 '모험'을 해 보기로 했어요."

MoMA의 첫 한국인 큐레이터였던 정도련(40)씨가 2017년 홍콩 서구룡문화지구에 개관하는 M+시각문화박물관 수석 큐레이터로 영입됐다. 전통·현대미술과 건축, 디자인, 미디어 아트 등을 포괄하는 M+는 홍콩이 '새로운 문화 허브'를 만들겠다며 야심 차게 투자하고 있는 프로젝트. 관장에는 라르스 니트브 전(前) 영국 테이트 모던 관장이 영입됐고, 건축 설계는 테이트 모던을 설계한 헤르조그&드 뮈론이 맡는다. 규모는 6만㎡(1만8150평), 건축 설계비만 6억4200만달러(약 7212억원)다.

지난달 말부터 M+에 합류했다는 정씨는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홍콩 미술계가 굉장히 빨리 변하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큐레이터로서 이 정도 규모 새 미술관의 '야심'을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한다는 것은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2년 미국으로 이민 간 정씨는 버클리대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박사과정 수료 후에 파트타임으로 미술관에서 일한 게 인연이 돼 1999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서 일했고, 2001년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코디네이터로 활약했다. 2003~2009년 미국 워커아트센터에서 일했으며, 2009년 MoMA로 자리를 옮겼다. 2012년 MoMA에서 기획한 '도쿄 1955-1970:뉴 아방가르드'는 뉴욕타임스의 그해 최고의 전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위스 컬렉터 울리 지그가 기증한 미술품 1500여점을 기반으로 세워진 M+는 벌써 소장품 2500여점을 갖추고 있다. 정씨는 "미술가가 책을 쓰는 작가라면, 큐레이터란 편집자다. 유물이나 미술 작품을 잘 보존하고, 전시하고, 해석하는 고전적인 의미로서 '큐레이터'의 역할이 나는 아직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미술관 건물, 컬렉션, 홍콩이라는 장소의 맥락을 정확히 펼쳐보이는 전시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