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9.22 23:33
[서울예술단 창작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연출한 이지나씨]
광화문연가·서편제·헤드윅… 흥행·비평 모두 잡은 작품 연출
창작 뮤지컬 매달리는 이유? 가난해도 '내 장사'하는 거니까
연출가 이지나(49)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욕먹는 연출가'다. 사적·공적 자리는 물론 트위터를 통해 직설 화법으로 특정 배우, 업계 관계자, 팬의 자세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다 결국 마니아들에게 '찍혔다'. 안티팬이 붙여준 별명은 '절망여사'다. 뭐든지 좋지 않게 본다는 뜻이다. 지난여름 트위터를 접었지만 곧 다시 시작했다. "이 재밌는 걸 왜 그만둬요? 나이 들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재밋거리가 SNS예요."
인터넷에서는 '절망여사'지만, 뮤지컬 업계에서 이지나란 이름은 '승승장구'와 비슷한 뜻이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영국 미들섹스대학원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2001년 '록키 호러 쇼'로 데뷔한 그는 '광화문연가' '서편제' 등 창작 뮤지컬, '헤드윅' '아가씨와 건달들' 등 라이선스작의 성공으로 업계에서 손꼽는 연출가로 자리 잡았다.
'스타 연출가'인 그가 만들어 22일 개막한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서울예술단)는 사진을 단 한 장도 남기지 않은 명성황후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작품. 이씨의 명성과 주연배우 차지연의 인지도 덕분에 개막 전 거의 매진됐다. 서울예술단으로서는 2006년 '바람의 나라' 이후 처음 맞는 경사다.
인터넷에서는 '절망여사'지만, 뮤지컬 업계에서 이지나란 이름은 '승승장구'와 비슷한 뜻이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영국 미들섹스대학원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2001년 '록키 호러 쇼'로 데뷔한 그는 '광화문연가' '서편제' 등 창작 뮤지컬, '헤드윅' '아가씨와 건달들' 등 라이선스작의 성공으로 업계에서 손꼽는 연출가로 자리 잡았다.
'스타 연출가'인 그가 만들어 22일 개막한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서울예술단)는 사진을 단 한 장도 남기지 않은 명성황후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작품. 이씨의 명성과 주연배우 차지연의 인지도 덕분에 개막 전 거의 매진됐다. 서울예술단으로서는 2006년 '바람의 나라' 이후 처음 맞는 경사다.
22일 첫 공연한 '잃어버린 얼굴'은 무대라는 화폭에서 과감한 한붓그리기로 역동적이면서 서정적인 미장센을 뽑아낼 줄 아는 이씨의 연출이 장면마다 돋보였다. 미스터리로써는 다소 산만하고 힘이 부치는 대본이 이미지에 능한 이씨의 붓을 만나 절제된 동양화처럼 펼쳐졌다.
흥행과 비평 두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은 그는 비결을 "딱 5년 앞의 관객을 생각한다"고 했다. "너무 앞서가지도 말고 당장의 결과에 매달리지도 말고, 5년 후에 부끄럽지 않을 작품. 그러면 적당한 조율이 됩니다." 때로 배우들을 눈물이 쏙 빠지도록 몰아세우는 걸로 유명하다. "강남 과외 교사들이 잘 가르치는 비결은 안 잊어버리게 하는 거예요. 센 표현 한 번이 훨씬 경제적이에요."
그는 늘 '나는 창작자'라는 오연한 자존심을 방패처럼 두르고 있는 듯 보였다. "사실은 영화감독이 되지 못한 것에 오래 열등감을 가졌다"는 고백은 그래서 꽤 의외였다. "영화가 득세를 하는 세상에, 왜 영향력 없는 장르를 했을까, 후회로 우울증을 앓았어요."
그 열등감을 떨친 것은 4년 전 '오페라의 유령' 협력 연출로 참여하면서부터. "영속성! 그게 공연이 존재하는 이유였어요. 제가 죽고 제 자식이 죽어도 '오페라의 유령'은 하고 있을 테니까요."
창작 뮤지컬의 중요성을 앞장서 부르짖는 그는 "창작 뮤지컬 제작이 독립운동이냐"는 핀잔도 듣는다. "라이선스작은 10분의 1만 고생하는데 돈은 더 벌어요. 번드르르한 대기업 사원과 가난한 구멍가게 주인 중에서 무얼 선택하느냐 하는 차이라고나 할까요. 전 가난해도 제가 사장으로 운영하는 게 백배 나은 거라고 생각해요. 연출이란 결국 저를 표현하는 장사니까요."
'잃어버린 얼굴' 개막 직전 그의 트위터에는 '기적'을 기원하는 글이 올라왔다. '부족한 시간 때문에 매듬새가 거친 게 아쉽다. 오늘 딱 하루 기적을 향해 고고!!!' 공연 직후 관객 반응은, 그가 바라던 '기적'이 거칠게나마 이뤄졌음을 말해줬다.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2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02)523-0986~7
흥행과 비평 두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은 그는 비결을 "딱 5년 앞의 관객을 생각한다"고 했다. "너무 앞서가지도 말고 당장의 결과에 매달리지도 말고, 5년 후에 부끄럽지 않을 작품. 그러면 적당한 조율이 됩니다." 때로 배우들을 눈물이 쏙 빠지도록 몰아세우는 걸로 유명하다. "강남 과외 교사들이 잘 가르치는 비결은 안 잊어버리게 하는 거예요. 센 표현 한 번이 훨씬 경제적이에요."
그는 늘 '나는 창작자'라는 오연한 자존심을 방패처럼 두르고 있는 듯 보였다. "사실은 영화감독이 되지 못한 것에 오래 열등감을 가졌다"는 고백은 그래서 꽤 의외였다. "영화가 득세를 하는 세상에, 왜 영향력 없는 장르를 했을까, 후회로 우울증을 앓았어요."
그 열등감을 떨친 것은 4년 전 '오페라의 유령' 협력 연출로 참여하면서부터. "영속성! 그게 공연이 존재하는 이유였어요. 제가 죽고 제 자식이 죽어도 '오페라의 유령'은 하고 있을 테니까요."
창작 뮤지컬의 중요성을 앞장서 부르짖는 그는 "창작 뮤지컬 제작이 독립운동이냐"는 핀잔도 듣는다. "라이선스작은 10분의 1만 고생하는데 돈은 더 벌어요. 번드르르한 대기업 사원과 가난한 구멍가게 주인 중에서 무얼 선택하느냐 하는 차이라고나 할까요. 전 가난해도 제가 사장으로 운영하는 게 백배 나은 거라고 생각해요. 연출이란 결국 저를 표현하는 장사니까요."
'잃어버린 얼굴' 개막 직전 그의 트위터에는 '기적'을 기원하는 글이 올라왔다. '부족한 시간 때문에 매듬새가 거친 게 아쉽다. 오늘 딱 하루 기적을 향해 고고!!!' 공연 직후 관객 반응은, 그가 바라던 '기적'이 거칠게나마 이뤄졌음을 말해줬다.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2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02)523-098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