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뮤지컬 부러운가… 욕먹는 거 두려워 말라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9.04 22:57

['잭 더 리퍼' '삼총사' 만든 김선미 엠뮤지컬아트 대표]

최초 7명 다중 캐스팅 등 아이돌 티켓파워 만든 '女傑'
"작품 알리려면 아이돌 필요… 일단 흥행시켜야 기회 얻죠, 이렇게 커야 해외시장도 커"

김선미 엠뮤지컬아트 대표.
제작사 엠뮤지컬아트의 김선미 대표. /엠뮤지컬아트 제공
지난해 뮤지컬 업계 최고 화제는 도쿄에서 공연한 한국뮤지컬 '잭 더 리퍼'의 흥행 돌풍이었다. 체코 원작을 재창작한 '잭'은 유료 점유율 82%로, 순이익 10억원을 남겼다. '잭의 10억'은 충격이었다. 한류 뮤지컬이 대부분 외화내빈인 데다, '떴다'는 국내 대작도 배우 개런티, 라이선스 비용 등을 빼면 3억원을 남기기 어렵다. 지난달 도쿄'삼총사'는 순이익 6억원을 넘겼다.

'잭'과 '삼총사'로 연타석 홈런을 친 제작사는 엠뮤지컬아트. 김선미(41) 엠뮤지컬아트 대표는 강한 추진력으로 이 업계에서는 '여걸'로 통한다.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슈퍼주니어의 규현, 성민 등을 데뷔시키며 '아이돌의 뮤지컬 공습'을 이끌었다.

한 배역에 많아야 4명이던 숫자를 7명까지 늘려 '다중 캐스팅 논란'도 불렀다. 그러나 욕하는 사람까지 "뭐가 비결이냐"며 찾아보는 게 엠뮤지컬의 작품. 논란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언론을 기피하던 그녀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김씨는 뮤지컬 단역 배우를 거쳐 20대에 제작자가 됐다. 바닥부터 커 온 사람이다.

―'잭 더 리퍼'와 '삼총사'의 성공은 작품이 아니라 아이돌 팬덤의 힘이 아닌가.

"아이돌 티켓 파워가 작용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돌 때문에 보러 온 팬들이 다른 배우를 알게 되며 시장이 확대되는 측면도 있다. 아이돌이 아닌 '뮤지컬 배우' 엄기준은 작년 '잭' 이후 팬이 늘어 이번 '삼총사' 공연 때 유료 관객 5000명이 들었다. 지금은 일단 아이돌을 투입해 시장을 키울 시기다."

―아이돌의 가능성을 언제부터 눈여겨보았나?

"2009년 '잭' 공연 때 안재욱을 보려는 중국·일본 팬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걸 보고 무릎을 쳤다. 배우 기근 현상도 아이돌을 적극적으로 쓰게 된 이유다."

―엠뮤지컬이 아이돌을 쓰면서 개런티 상승을 부추긴 건 아닌가.

"아이돌이라고 애초부터 거액을 제시한 건 아니었다. 우리 작품에 나온 아이돌의 성공에 다른 제작사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니 경쟁의 부작용으로 상승한 것이다. 아이돌을 쓴다고 우리를 욕하지만, 표가 팔리는 아이돌은 어느 제작사나 쓰고 싶은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지난달 10~25일 일본 도쿄 분카무라 오차드홀(2150석)에서 공연한 뮤지컬‘삼총사’.
지난달 10~25일 일본 도쿄 분카무라 오차드홀(2150석)에서 공연한 뮤지컬‘삼총사’는 작년‘잭 더 리퍼’에 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엠뮤지컬아트 제공
―공연 중인 '잭 더 리퍼'는 주인공 다니엘 역을 7명이 맡았다. 매회 공연 수준이 심하게 들쑥날쑥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빡빡한 아이돌의 스케줄에 맞추다 보니 무리한 상황이 됐다.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관객이 들고 돈을 벌어야 다음 공연 기회도 있다."

―아이돌 없이 작품성만으로 해외 시장에 도전할 계획은 없나?

"도쿄 아뮤즈뮤지컬시어터에서는 아이돌 없이 창작뮤지컬을 올리고 있는데, 한류 뮤지컬 시장을 다지는 데 매우 의미있는 시도다. 그런 작품도 함께 관객 창출을 이끌고 있으니, 2~3년 후면 작품성만으로 승부가 가능하다고 본다."

중국 시장 진출도 타진 중인 김 대표는 성공의 자산으로 '의리'를 꼽았다. "뮤지컬 시장은 무한 경쟁에 접어들었다. 결국 살아남는 자가 1등이다.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의리다. 엄기준, 신성우 등 우리 회사 작품에 의리를 지키고 출연한 배우들에게 성공의 공을 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