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별들이 뜬다, 한 남자를 위해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3.08.07 23:28

전쟁 중 동상 걸려 절단된 발로 독주회 열었던 스물네 살 청년
정진우 교수, 20일 헌정 공연

첫 독주회를 준비하던 1952년 11월의 스물넷 정진우.
첫 독주회를 준비하던 1952년 11월의 스물넷 정진우.
1952년 11월 15일자 조선일보 헤드라인은 '저격능선 완전 탈환'. 한국군 2사단이 중공군 15군과 강원도 철원 저격능선에서 한 달 넘게 치열하게 벌이던 전투에서 승전을 거뒀다는 보도였다. 이날 오후 6시 30분 피란 수도 부산에 옮겨와 있던 이화여대 강당에서 피아노 독주회가 열렸다. 연주자는 스물넷 청년 정진우. 전쟁터에서, 또 살아남는 게 우선 급했던 때였지만 음악에 대한 갈증 때문에 강당 밖까지 사람들이 서성였다.

피아니스트는 발가락 전부와 발등 일부까지 잘라낸 성치 않은 몸. 서울의대 졸업 후 6·25 때 군의관으로 참전했다가 중공군에 밀리며 눈밭을 헤매다 동상을 입었다. 걸음걸이도 온전치 않은 정진우는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회는 '빠흐'의 영국 모음곡 5번으로 시작해 리스트의 '홍아리광상곡(洪牙利狂想曲·헝가리 랩소디)'12번으로 끝났고, 관객들은 열광적 박수를 보냈다.

당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던 '의사' 정진우는 1953년 8월 서울로 환도(還都)하면서 하던 병원까지 접고 1957년에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났다. 귀국한 1959년부터 서울대 음대 교수로 후진을 키워냈다.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 학장과 김석 경희대 명예교수는 1세대 제자이고 김용배 전 예술의전당 사장, 강충모 미국 줄리아드 음대 교수, 문용희 피바디 음대 교수 등은 중진이 됐다.

경기도 문화의전당이 오는 20일 개최하는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의 '오마주 콘서트'는 '한국 피아노의 대부' 정진우 서울대 명예교수를 향한 공연. 베토벤 교향곡 5번 1악장 '운명'을 김용배·김영호·임종필·윤철희가 두 대의 피아노로, 차이콥스키 피아노 3중주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을 김영호·배익환(바이올린)·송영훈(첼로)이 연주한다. 한국 음악사에 길이 남을 예술가를 위한 헌정 무대다. 신수정이 바리톤 박흥우와 함께 김연준의 '청산에 살리라'를, 로시니 '빌헬름 텔' 서곡을 김나영·김재미·박정희·김문정·오윤주·이효주·피경선·한기정이 4대의 피아노로 선보인다.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 17~24일 수원 경기도 문화의전당, (031) 230-32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