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07 23:45
[24년째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하는 앤드루 데이비스 경]
英 작곡가 곡만 들고 16년만에 訪韓… 오늘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서 공연
"영국 음악이 날씨처럼 습하다고? 열정·유머있는 음악을 들려드리죠"
"한국 관객의 가슴을 뻥 뚫어 주려고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첫 곡으로 준비했어요. 두고 보세요. 첫 음을 듣는 순간 심장은 부풀어 오르고 가슴은 요동칠 겁니다."
장거리 비행에도 칠순을 눈앞에 둔 지휘자는 활기찼다. 6일 오후 16년 만에 방한한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명예지휘자 앤드루 데이비스 경(Sir Andrew Davis·69)은 "지금 내 몸 상태는 최고다. 넘치는 에너지로 영국 음악이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라 여기는 걸 들려주겠다"고 다짐했다.
장거리 비행에도 칠순을 눈앞에 둔 지휘자는 활기찼다. 6일 오후 16년 만에 방한한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명예지휘자 앤드루 데이비스 경(Sir Andrew Davis·69)은 "지금 내 몸 상태는 최고다. 넘치는 에너지로 영국 음악이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라 여기는 걸 들려주겠다"고 다짐했다.

BBC 심포니는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1930년부터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운영하는 교향악단이다. 데이비스 경과 동행한 폴 휴즈 BBC 심포니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방송교향악단"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최대 여름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Proms)에서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을 도맡고 있으며, 모든 공연이 BBC 라디오를 통해 전 세계로 실황중계된다.
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과 9일 오후 7시 30분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엘가의 '위풍당당…'과 '수수께끼 변주곡', 월턴의 '비올라 콘체르토', 브리튼의 '네 개의 바다 간주곡'을 연주한다. 보기 드물게 영국 작곡가 작품으로만 채웠다.
데이비스 경은 "영국 음악이라고 하면 안개 끼고 음습한 영국 날씨답게 사색하는 정서, 우수에 젖은 분위기만 있을 것 같지만 이번에 우리가 고른 작품들은 한마디로 열정과 유머가 살아있다"고 했다. "멜랑콜리(우울감)는 영국 음악을 대표하는 한 단면일 뿐이에요. 엘가의 곡을 보면 흐름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게 언어의 흐름과 닮아 있어요. 친구의 불도그(bulldog) 한 마리가 수영하다 물에 빠지는 모습을 묘사한 곡, 친구들의 일상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곡도 많아요. 그중에서도 '위풍당당…'은 영국 여왕이 사는 버킹엄 궁이나 BBC 프롬스에서 해마다 연주돼 전 세계 사람들이 제2의 영국 국가(國歌)라고 여길 정도죠." 그러면서 그는 "BBC 심포니는 영국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만큼 방송과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 때문에 영국 문화를 알리는 대사(大使)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브람스를 할 수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영국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는 마스터피스(걸작)를 선보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과 9일 오후 7시 30분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엘가의 '위풍당당…'과 '수수께끼 변주곡', 월턴의 '비올라 콘체르토', 브리튼의 '네 개의 바다 간주곡'을 연주한다. 보기 드물게 영국 작곡가 작품으로만 채웠다.
데이비스 경은 "영국 음악이라고 하면 안개 끼고 음습한 영국 날씨답게 사색하는 정서, 우수에 젖은 분위기만 있을 것 같지만 이번에 우리가 고른 작품들은 한마디로 열정과 유머가 살아있다"고 했다. "멜랑콜리(우울감)는 영국 음악을 대표하는 한 단면일 뿐이에요. 엘가의 곡을 보면 흐름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게 언어의 흐름과 닮아 있어요. 친구의 불도그(bulldog) 한 마리가 수영하다 물에 빠지는 모습을 묘사한 곡, 친구들의 일상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곡도 많아요. 그중에서도 '위풍당당…'은 영국 여왕이 사는 버킹엄 궁이나 BBC 프롬스에서 해마다 연주돼 전 세계 사람들이 제2의 영국 국가(國歌)라고 여길 정도죠." 그러면서 그는 "BBC 심포니는 영국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만큼 방송과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 때문에 영국 문화를 알리는 대사(大使)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브람스를 할 수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영국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는 마스터피스(걸작)를 선보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데이비스 경은 원래 오르간 연주자였다. 19세 때부터 4년간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에서 오르간을 전공했다. 소년합창단 부단장도 맡아 월요일만 빼고는 아침마다 소년들에게 노래하는 법, 악보 읽는 법을 가르쳤다. '종교음악을 배워 영국 성당에서 일하겠지' 생각했을 뿐 지휘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의 작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기회가 생겼고, 조지 허스트에게 짧게 지휘법을 배우면서 오케스트라가 표현해낼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깨달았다. 그 길로 로마의 성 체칠리아 음악원으로 가서 프랑코 페라라에게 지휘법을 배웠다. "좋은 교향악단은 지휘자와 단원이 같은 이상(理想)을 관객에게 전달해요. 그건 배움으로만 되지는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이 쌓여야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같은 교향악단, 같은 곡이라도 연주 때마다 다른 색감, 다른 질감의 음악이 나오는 거고, 그건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에요."
1989년 이후 24년간 BBC 심포니와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데이비스 경은 초대 감독을 지낸 아드리언 볼트 이후 가장 오래 집권한 지휘자다. 자신의 롱런(long―run) 비결로 "음악은 갈수록 깊어지되 행동은 나이만큼 철들지 않는 것"을 꼽았다. "교향악단 단원의 삶은 녹록지 않아요. 걸핏하면 해외 연주 여행을 떠나야 하고, 제2바이올린은 수석 바이올린보다 덜 신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럴 때 내가 그들과 소통하려면 젊고 덜 단단해진 마음으로 그들의 기쁨과 절망을 속속들이 아는 게 중요해요." 그는 "BBC 심포니의 지휘봉을 내려놓았을 때 후대 사람들에게 '교향악단 단원들이 자기가 하는 일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지휘자'로 기억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1989년 이후 24년간 BBC 심포니와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데이비스 경은 초대 감독을 지낸 아드리언 볼트 이후 가장 오래 집권한 지휘자다. 자신의 롱런(long―run) 비결로 "음악은 갈수록 깊어지되 행동은 나이만큼 철들지 않는 것"을 꼽았다. "교향악단 단원의 삶은 녹록지 않아요. 걸핏하면 해외 연주 여행을 떠나야 하고, 제2바이올린은 수석 바이올린보다 덜 신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럴 때 내가 그들과 소통하려면 젊고 덜 단단해진 마음으로 그들의 기쁨과 절망을 속속들이 아는 게 중요해요." 그는 "BBC 심포니의 지휘봉을 내려놓았을 때 후대 사람들에게 '교향악단 단원들이 자기가 하는 일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지휘자'로 기억되길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