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뭐야?" "누나, 저 춤 좀…"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10.07 00:32

국립발레단 '뜨거운' 발레 커플 김지영·이동훈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35)과 이동훈(27)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발레 커플이다. 발레단의 주역으로 어느 작품에서나 최상의 호흡을 과시한다. 바라만 봐도 불꽃이 튈 듯한 섹시함으로 보자면 발레계의 '브랜젤리나'(브래드 피트+앤젤리나 졸리)'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실제로는 연인이 아니라는 것.

20대부터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혀온 김지영은 원숙미까지 더해졌고, 뛰어난 감각과 외모로 '타고난 왕자'로 통하는 이동훈은 김지영을 만나 '어린 왕자'에서 '상남자'로 컸다. 둘은 지난해 12월 모스크바 볼쇼이발레단 정기공연 '스파르타쿠스'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남녀 주역도 했다.

국립발레단의 김지영과 이동훈은 햇수로 5년째 ‘뜨거운’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국립발레단의 김지영과 이동훈은 햇수로 5년째 ‘뜨거운’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국립발레단 제공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10월. 당시 이동훈은 세종대 무용과를 졸업하기도 전에 특채로 국립발레단에 들어가 있었고,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활약하던 김지영은 객원으로 잠시 친정을 찾았다. 최태지 예술감독은 김지영에게 재입단을 권유하며 "괜찮은 파트너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안 괜찮았어요." 최근 예술의전당 카페에서 만난 김지영은 "처음 파드되(2인무)를 연습하는데, 동훈이가 너무 산만해서 놀랐다"며 웃었다. '왕자'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제가 비보이 출신이라…." 옆에 있던 이동훈도 따라 웃었다. 이동훈은 중학교 때 '초인(超人)'으로 통하던 스타 비보이였다. 남들 대여섯 바퀴 돌 때 20바퀴를 쉬지 않고 돌았다. 17세에 뒤늦게 발레를 시작했다. 문제는 시선이었다. 비보이는 관중의 반응을 살펴가며 원하는 동작을 보여준다. 발레는 무용수가 자신에게 빠져들어야 춤이 나온다. 이동훈은 김지영과 파드되를 추면서도 힐끔힐끔 옆을 봤다. "야, 뭐야?" 김지영의 날카로운 한마디가 수시로 연습장을 울렸다.

발레 ‘지젤’의 이동훈과 김지영 사진
발레 ‘지젤’의 이동훈과 김지영.
주눅이 든 이동훈이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농담을 던졌다가 불벼락이 떨어지기도 했다. "어디서 왔어요? 몇 살이에요?" 10년 선배에게 던진 농담치고는 황당했다. "이놈의 자식,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었죠."

절정의 궁합이 만개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 이동훈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다 모든 것을 잊고 상대에게 빠져드는 법을 깨쳤다"고 말했다. "3막 침실 장면 파드되였어요. 무대에서 걸어나가 누나(김지영)를 딱 보는 순간 다른 생각은 아무 것도 안 나는 거예요." 그 후로는 만날 때나 헤어질 때나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서로만 바라본다. 실제는 아니고 무대에서.

뜨거운 커플은 오는 17~2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과 하루씩 번갈아 공연하는 '지젤'에서 지젤과 알브레히트로 다시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