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재즈페스티벌, 돗자리 깐 지 10년

  • 한현우 기자

입력 : 2013.09.25 23:55

내달 3~6일 가평 일대서 개최… 24개국 131개팀, 무대 올라
소풍온 것처럼 돗자리 깔고 감상… 이 축제의 풍경으로 자리매김

10년 전 경기 가평의 작은 섬에서 재즈 축제를 연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더구나 기록적인 폭우로 이틀째 공연이 전면 취소되자 이 축제가 10년을 가리라고 내다본 사람은 없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그간 동원한 관객 수가 110만명을 넘었다. 올해는 자라섬뿐 아니라 가평읍사무소 앞과 가평 구(舊)역사 앞 등지로 무대가 확장됐다. 이번엔 10월 3~6일로 하루 늘렸다. 세계 24개국 총 131개 팀이 13군데에 마련된 크고 작은 무대에 선다.

메인 스테이지인 '재즈 아일랜드' 무대에는 국내 여타 재즈 축제에서 보기 힘든 나윤선의 무대(5일 오후 6시 50분)가 마련됐다. 자라섬이 문을 연 2004년만 해도 프랑스 재즈계의 신인급이었던 그녀는 지금 유럽과 미국·일본 투어를 매진시킬 만큼 엄청난 아티스트가 됐다. 오랜 단짝인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와 듀오 무대를 꾸밀 그녀는 토요일 하이라이트(오후 8시) 직전 무대에서 50분만 공연한다. 자라섬과의 특별한 인연(자라섬 페스티벌 인재진 대표가 그의 남편이다) 때문에 오히려 겸손하게 시간을 짠 듯하다. 그녀의 신곡 'Lament'와 'Momento Magico'를 절대로 놓치지 말 것. '작두 타는 목소리'라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다.

10주년을 맞은 자라섬 페스티벌은 여느 해보다 화려한 출연진으로 가을 손님을 맞는다.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티브 갯, 마들렌 페이루, 나윤선, 리 릿나워
10주년을 맞은 자라섬 페스티벌은 여느 해보다 화려한 출연진으로 가을 손님을 맞는다.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티브 갯, 마들렌 페이루, 나윤선, 리 릿나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제공
토요일엔 최고의 드러머 스티브 갯이 이끄는 '스티브 갯 밴드'의 공연(오후 5시 40분)도 잡혀 있다. 에릭 클랩턴부터 본 조비까지 장르를 초월한 세션 드러머이자 위대한 리듬 창조자인 이 고수(鼓手)의 무대도 놓치기 아깝다.

이날 메인 스테이지 마지막 무대는 미국 뉴올리언스의 클럽 밴드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 밴드'(오후 8시)가 장식한다. 재즈의 고향인 이 도시의 한구석, 창고 같은 클럽에서 관객과 무릎이 닿을 듯한 무대를 꾸미는 이 빅밴드는 오로지 신나고 흥겨운 스윙 재즈를 연주해 재즈 문외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수많은 이지 리스닝 계열의 퓨전 재즈와 함께 재즈 펑크(jazz―funk)를 개척한 기타리스트 리 릿나워의 무대(3일 오후 8시)도 기대된다. 팝과 펑크, 재즈를 오가는 그의 연주는 나직하지만 섬세하고 현란한 테크닉을 자랑한다. '포 플레이' 멤버로 이름난 드러머 하비 메이슨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 밖에도 '1990년대의 빌리 홀리데이'로 불리는 미국 재즈 가수 마들렌 페이루의 무대(4일 오후 8시)도 기대를 모은다. 1996년 데뷔 앨범 이후 내놓는 음반마다 모두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그녀의 목소리는 특히 블루스를 노래할 때 보석처럼 빛난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또 다른 장점은 너른 잔디밭에서 한가로이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소풍 축제'라는 데 있다. 세계 유명 재즈 축제들이 대개 그렇듯이 진지한 관객들은 무대 앞으로 몰려가 열광하고, 계절을 만끽하려는 관객들은 멀찌감치 돗자리를 펴고 소풍을 즐긴다. 그런 풍경이 자연스레 어울려 오늘의 자라섬을 만든 것이기도 하다. 문의 (031)581-28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