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9.08 23:18
마지막 解語花, 소리꾼 유금선
어린 시절 귀동냥 소리가 절로 귓불에 스몄다. 열넷에 들어간 권번(예기 양성소)에서 숙성시키니 "되놈 송장도 일어나 춤출 소리"라고들 했다. "장구 하나, 내 모가지 하나 들고 천지사방을 댕깄지." 6일 부산 동래별장에서 만난 소리꾼 유금선(81·사진)은 청록 저고리에 연분홍 치마를 입고 나왔다. 올여름 불볕에 천식이 심해져 "하루는 이승, 하루는 저승에서 산다"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맵시는 여전했다.
소리면 소리, 유행가면 유행가, 목 하나로 못하는 게 없는 그가 오는 12일 민살풀이춤의 장금도(85), 승무의 권명화(79)와 함께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해어화(解語花, 기생을 뜻하는 말)' 공연에 선다. 맷돌 갈듯 목을 갈아야 나오는 판소리를 탁주(濁酒)라 하면, 가곡이나 시조는 청주(淸酒)다. 판소리는 목에서 소리를 돌려내며 심금을 후벼파고, 가사와 가곡은 쨍하니 맑게 울려야 한다. 유씨는 두 소리를 한 목으로 내온 마지막 세대. 그의 소리를 아는 이들은 '맑디맑은 헤비메탈'이라 한다.
소리면 소리, 유행가면 유행가, 목 하나로 못하는 게 없는 그가 오는 12일 민살풀이춤의 장금도(85), 승무의 권명화(79)와 함께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해어화(解語花, 기생을 뜻하는 말)' 공연에 선다. 맷돌 갈듯 목을 갈아야 나오는 판소리를 탁주(濁酒)라 하면, 가곡이나 시조는 청주(淸酒)다. 판소리는 목에서 소리를 돌려내며 심금을 후벼파고, 가사와 가곡은 쨍하니 맑게 울려야 한다. 유씨는 두 소리를 한 목으로 내온 마지막 세대. 그의 소리를 아는 이들은 '맑디맑은 헤비메탈'이라 한다.
장구 옆에 앉자 '니니릿~' 장단이 바로 나왔다. 말은 짧았다. "소리를 어떻게 만드셨냐"고 물었더니 "하다 보니 지질로 나오데." "장구 가락이 남다르신데…."(기자) "치다 보니 되데."(유씨) 소리로 명성도 얻었지만 상처도 받았다. 오뉴월 보리단술같이 변덕스러운 남자의 마음을 믿은 게 화근이었다. "소리 안 했으면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기자) "팔자야."(유씨)
기자와 동승한 차 안, 유씨는 "참, 여자의 일생이 와 이란지 모르갔다"고 중얼거렸다. 곧이어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이 대롱을 타고 나오듯 뽑아져나왔다. '외로워도 슬퍼도 여자이기 때문에 참아야만 한다고….' 애간장을 녹이는 목청에서 모기와 벌과 매미가 동시에 앵앵거렸다. 이미자 목소리에서 한 번 더 굴러간다. 골짜기를 하나 더 넘어야 만나게 되는 절경이다. 좁은 차 안에서 끊길 듯 이어질 듯 소리의 산수화가 펼쳐졌다. 차에서 내리는 기자에게 유씨는 말했다. "(공연 당일) 살 만하면 뽀나스로 몇 곡 더 하지." (02)3011-1720
기자와 동승한 차 안, 유씨는 "참, 여자의 일생이 와 이란지 모르갔다"고 중얼거렸다. 곧이어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이 대롱을 타고 나오듯 뽑아져나왔다. '외로워도 슬퍼도 여자이기 때문에 참아야만 한다고….' 애간장을 녹이는 목청에서 모기와 벌과 매미가 동시에 앵앵거렸다. 이미자 목소리에서 한 번 더 굴러간다. 골짜기를 하나 더 넘어야 만나게 되는 절경이다. 좁은 차 안에서 끊길 듯 이어질 듯 소리의 산수화가 펼쳐졌다. 차에서 내리는 기자에게 유씨는 말했다. "(공연 당일) 살 만하면 뽀나스로 몇 곡 더 하지." (02)3011-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