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와 섬, 아이들… 탐스러운 복숭아… 이중섭 삶에 가장 빛났던 순간은 서귀포 시절"

  • 서귀포=곽아람 기자

입력 : 2013.09.04 00:23

2013 '이중섭과 서귀포' 세미나

"이중섭의 삶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 '서귀포 시절'입니다. 민족적 주제 의식에서 자전적 개인사로 작품이 옮아온 시기이기도 하죠. '황소' 등에서 볼 수 있었던 향토적 무게감이 '아이'를 소재로 삼아 경쾌한 서정성을 입게 됩니다."

나뭇가지 한가득 탐스러운 복숭아.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복숭아를 따고, 운반한다. 커다란 새 등에 탄 아이가 하늘을 난다.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섬,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어 보이는 지상낙원. 이중섭(李仲燮·1916~1956)이 1951년 그린 '서귀포 환상'이다.

3일‘2013 이중섭과 서귀포’세미나 참석자들이 이중섭이 서귀포 시절 살았던 집 툇마루에 앉아 있다.
3일‘2013 이중섭과 서귀포’세미나 참석자들이 이중섭이 서귀포 시절 살았던 집 툇마루에 앉아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윤섭, 전은자, 이지향, 이지연, 김호득(서 있는 사람), 앞줄 왼쪽부터 김순복, 이종상, 오원배, 송미숙. /서귀포=이종현 기자
'국민 화가' 이중섭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리는 '2013 이중섭과 서귀포' 세미나가 3일 서귀포시와 조선일보 공동 주최로 서귀포 KAL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의 문을 연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이중섭의 대표작 '서귀포 환상'을 보여주며 이중섭의 서귀포 시절 작품 세계를 설명했다.

서귀포는 이중섭이 6·25전쟁을 피해 1951년 1월부터 11개월간 머물며 그림을 그렸던 곳. 당시 이중섭과 부인, 두 아들이 살았던 1.4평(4.6㎡)짜리 방이 아직도 남아 있다. 전은자 이중섭미술관 큐레이터는 이중섭의 서귀포 생활에 초점을 맞췄다. "서귀포에서 이중섭 가족은 끼니를 때우려 나물을 캐거나 게를 잡아 반찬으로 했습니다. '게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 미안한 마음에 게 그림을 그리게 됐다'는 이중섭의 말이 당시 그의 생활을 짐작하게 하지요." 마당에 쌓아놓은 땔감 위에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사진을 올려놓고 초상화를 그려줬다는 일화에 세미나장을 가득 메운 청중이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이날 세미나에는 한동주 서귀포시장, 강명언 서귀포 문화원장, 스즈키 미쓰오 제주 일본 총영사관 총영사, 김은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정수현 제주도문화원 연합회장, 고영우 이중섭미술관 운영위원, 이중섭 화백에게 셋집을 내준 김순복 할머니, 오충진·위성곤·이선화 제주특별자치도 의원, 이종상 전(前) 이중섭미술상운영위원, 송미숙·김호득·오원배 이중섭미술상운영위원, 이중섭 화백의 조카 손녀 이지향·지연씨, 김문순 조선일보미디어연구소 이사장 등 각계 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