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29 23:37
이 시대 마지막 '解語花' 3人 장금도·유금선·권명화 선생… 같은 날 세 사람이 한 무대에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것이 기생 베개'란 말이 있다. 술 냄새에, 분 냄새에,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마를 날 없이 배었기 때문이다. 슬퍼서 더러운 그것을 끌어안고 밤을 새우던 해어화(解語花, 말을 알아듣는 꽃), 즉 기생을 가르친 곳이 권번(券番)이다. 권번은 정형화되기 전의 한국적 원형이 살아있는 춤과 노래를 가르친 예인 양성소이기도 했다. 권번 출신, 그래서 남들 눈을 피해 살던 우리 시대 마지막 해어화 3인이 한 무대에 오른다. 민살풀이춤의 전수자인 군산 장금도(85), '목석 같은 몸에서도 춤을 꺼내는 소리꾼' 동래 유금선(82), "여든 되니 춤이 시작"이라는 대구의 권명화(79)다.
군산의 장금도(張今桃)는 민살풀이춤 판을 벌일 수 있는 마지막 예인이다. 살풀이춤은 명주 수건을 들고 춰야 하지만, 기생집에서는 수건에 김칫국물 묻는다고 빈손으로 춤을 췄다. 그래서 '없다'는 뜻으로 '민'자가 붙었다. 민살풀이는 즉흥 춤이다. 급류를 타고 래프팅하듯 절묘하게 미끄러지는 춤사위는 일생을 수공 들여 다듬어온 장씨만이 보여주는 경지다.
군산의 장금도(張今桃)는 민살풀이춤 판을 벌일 수 있는 마지막 예인이다. 살풀이춤은 명주 수건을 들고 춰야 하지만, 기생집에서는 수건에 김칫국물 묻는다고 빈손으로 춤을 췄다. 그래서 '없다'는 뜻으로 '민'자가 붙었다. 민살풀이는 즉흥 춤이다. 급류를 타고 래프팅하듯 절묘하게 미끄러지는 춤사위는 일생을 수공 들여 다듬어온 장씨만이 보여주는 경지다.

악사 7명이 낼 소리를 목으로 다 내는 부산 동래 유금선(柳今仙)의 구음(口音)은 슬픔과 기쁨의 두 줄을 하나로 꼬아놓은 듯 울린다. 판소리, 가곡, 가사, 시조 소리를 다 낸다. 음의 꼬리가 바닥에 닿기가 무섭게 잡아채 차랑차랑 펼쳐 보인다.
팔순에 추는 승무는 예순 살 발레리나의 32회전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이번에 그 춤을 보여주는 이가 권명화다. 승무는 장단이 유독 느리다. 나이 들어 추려면 뼈가 시리게 고통스럽다. 이 느린 장단이 권씨의 몸을 타고 흘러나오면 발 들고 선 순간의 고독이 허공에 맺히듯, 찰나마다 강렬하다.
이들 셋을 무대로 끌어낸 것은 전통예술 연출가인 진옥섭씨. 진씨가 연출하고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세섭)이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장차를 장담할 수 없는 판이다. 여든을 넘나드는 세 사람은 판에 서려면 입원해 2~3주는 몸을 만들어야 할 처지. 그러나 "슬관절이 상해 걷는 것은 두려우나, 춤이라면 자신있다"고 한다.
▷9월 12일 오후 8시, 역삼동 LG아트센터, (02)3011-1720
팔순에 추는 승무는 예순 살 발레리나의 32회전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이번에 그 춤을 보여주는 이가 권명화다. 승무는 장단이 유독 느리다. 나이 들어 추려면 뼈가 시리게 고통스럽다. 이 느린 장단이 권씨의 몸을 타고 흘러나오면 발 들고 선 순간의 고독이 허공에 맺히듯, 찰나마다 강렬하다.
이들 셋을 무대로 끌어낸 것은 전통예술 연출가인 진옥섭씨. 진씨가 연출하고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세섭)이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장차를 장담할 수 없는 판이다. 여든을 넘나드는 세 사람은 판에 서려면 입원해 2~3주는 몸을 만들어야 할 처지. 그러나 "슬관절이 상해 걷는 것은 두려우나, 춤이라면 자신있다"고 한다.
▷9월 12일 오후 8시, 역삼동 LG아트센터, (02)3011-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