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28 23:26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최고 화제작, 오페라 '노르마']
노르마=소프라노 통설 뒤집고 메조소프라노 바르톨리가 연기… 티켓은 몇달 전에 이미 매진
묵직한 소리에 압도적 존재감, 완벽한 공연으로 우려 잠재워
지난달 새로 나온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 음반을 펴본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을 것이다. 마리아 칼라스 같은 정통 소프라노가 맡아온 여제사장 노르마를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47)가 맡았기 때문이다. 메조소프라노가 맡아온 노르마의 연적(戀敵) 아달지사는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동창인 소프라노 조수미(51)였다. 바르톨리는 음반 해설에서 "노르마 악보를 보면 소프라노보다 메조소프라노가 더 편하게끔 돼 있다"며 "노르마는 메조소프라노여야 한다"고 말했다. 억지스럽게 들렸다.
하지만 지난 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하우스에서 본 '노르마'는 완벽하게 바르톨리의 '노르마'였다.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최고 화제작답게 티켓은 몇 달 전부터 매진이었고, 극장 앞엔 '표 구함'이란 종이를 든 정장 신사들이 기웃거렸다. 17일 개막에 이어 30일까지 5차례 공연하는 '노르마' 티켓은 최고가가 400유로(약 60만원)나 한다.
'노르마'는 2000년 전 로마의 지배를 받던 갈리아 지방 드루이드 여제사장 노르마와 로마 총독 폴리오네의 사랑이 주요 축이다. 폴리오네가 두 아이까지 낳은 노르마를 버리고 젊은 여사제 아달지사와 사랑에 빠지면서 파국으로 달려간다. 출연진은 조수미가 맡았던 역만 멕시코 신예 소프라노로 바뀌었고, 나머지 캐스팅은 음반 그대로였다.
하지만 지난 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하우스에서 본 '노르마'는 완벽하게 바르톨리의 '노르마'였다.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최고 화제작답게 티켓은 몇 달 전부터 매진이었고, 극장 앞엔 '표 구함'이란 종이를 든 정장 신사들이 기웃거렸다. 17일 개막에 이어 30일까지 5차례 공연하는 '노르마' 티켓은 최고가가 400유로(약 60만원)나 한다.
'노르마'는 2000년 전 로마의 지배를 받던 갈리아 지방 드루이드 여제사장 노르마와 로마 총독 폴리오네의 사랑이 주요 축이다. 폴리오네가 두 아이까지 낳은 노르마를 버리고 젊은 여사제 아달지사와 사랑에 빠지면서 파국으로 달려간다. 출연진은 조수미가 맡았던 역만 멕시코 신예 소프라노로 바뀌었고, 나머지 캐스팅은 음반 그대로였다.

2000년 전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은 모셰 라이저, 파트리스 코리에 두 연출가의 힘. 서곡이 연주되자마자 독일 병사들이 무대 위로 쏟아져나왔다. 로마는 나치 독일로, 드루이드족은 소총을 들고 저항에 나선 레지스탕스로 바뀌었다. 폴리오네는 나치 정복자이고, 노르마는 그와 사랑에 빠진 배신자다. 탕웨이가 열연한 영화 '색, 계'처럼, 아슬아슬한 선택. 레지스탕스 영화 보듯 긴장이 팽팽하다.
노르마는 나치에 맞서 봉기하려는 레지스탕스 동료들에게 아직 때가 아니라고 설득한다. 폴리오네와의 사랑 때문이다. 연인에게 배신당한 노르마는 분노에 가득차 항전을 선언한다. 때마침 레지스탕스 동료에게 붙잡혀온 폴리오네에게 권총을 겨누고, 칼을 들이대는 노르마는 복수의 화신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노르마는 자신이 민족을 배반하고 적과 사랑에 빠졌다고 동료들에게 고백하고 처벌을 자처한다. 처형 직전 노르마는 머리카락을 깎인다. 나치와 어울린 점령지 여성들이 독일 패전 후 거리에서 린치를 당하는 기록 사진과 겹쳐진다.
바르톨리는 민족의 종교 지도자이자 적과 사랑에 빠졌다 배신당한 노르마를 무겁고 어두운 목소리에 실었다. 노르마의 대표 아리아 '정결한 여신'을 부르는 바르톨리의 목소리는 영화 프레임 넘어가듯 변화무쌍하게 음량과 색깔을 바꿨다.
노르마의 연적 아달지사를 무명의 멕시코 소프라노가 맡은 것은 아쉽다. 바르톨리와 맞서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바르톨리 한 사람과 그 나머지로 출연진을 나눌 수 있을 만큼, 바르톨리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조수미가 음반에서처럼 아달지사로 나섰다면 바르톨리와 한판 승부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노르마'가 작곡된 19세기 초 시대 악기로 무장한 라 신틸라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조반니 안토니니는 굴곡 깊은 줄거리에 어울리는 드라마틱한 연주로 오페라를 탄탄하게 뒷받침했다. "브라바!" "브라바!" 막이 내리자 바르톨리에게 보내는 박수와 환호가 잘츠부르크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바르톨리에 의한, 바르톨리를 위한 '노르마'였다.
노르마는 나치에 맞서 봉기하려는 레지스탕스 동료들에게 아직 때가 아니라고 설득한다. 폴리오네와의 사랑 때문이다. 연인에게 배신당한 노르마는 분노에 가득차 항전을 선언한다. 때마침 레지스탕스 동료에게 붙잡혀온 폴리오네에게 권총을 겨누고, 칼을 들이대는 노르마는 복수의 화신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노르마는 자신이 민족을 배반하고 적과 사랑에 빠졌다고 동료들에게 고백하고 처벌을 자처한다. 처형 직전 노르마는 머리카락을 깎인다. 나치와 어울린 점령지 여성들이 독일 패전 후 거리에서 린치를 당하는 기록 사진과 겹쳐진다.
바르톨리는 민족의 종교 지도자이자 적과 사랑에 빠졌다 배신당한 노르마를 무겁고 어두운 목소리에 실었다. 노르마의 대표 아리아 '정결한 여신'을 부르는 바르톨리의 목소리는 영화 프레임 넘어가듯 변화무쌍하게 음량과 색깔을 바꿨다.
노르마의 연적 아달지사를 무명의 멕시코 소프라노가 맡은 것은 아쉽다. 바르톨리와 맞서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바르톨리 한 사람과 그 나머지로 출연진을 나눌 수 있을 만큼, 바르톨리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조수미가 음반에서처럼 아달지사로 나섰다면 바르톨리와 한판 승부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노르마'가 작곡된 19세기 초 시대 악기로 무장한 라 신틸라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조반니 안토니니는 굴곡 깊은 줄거리에 어울리는 드라마틱한 연주로 오페라를 탄탄하게 뒷받침했다. "브라바!" "브라바!" 막이 내리자 바르톨리에게 보내는 박수와 환호가 잘츠부르크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바르톨리에 의한, 바르톨리를 위한 '노르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