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공연계 큰손' CJ 출범 10년, 그 빛과 빚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8.28 23:28

2005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은 당시로서는 큰 도박이었다. 제작비 90억원, 서초동 예술의전당 100회 공연에 유료 객석 점유율 70%를 넘겨야 수익이 나는 공연 소식에 '하면 망한다'고들 했다. 작품성은 높지만 마니아 성향이 강한 '헤드윅'과 '쓰릴미'는 개발 단계에서 "한국에서 누가 보겠느냐"고 외면받았다. 그러나 '유령'은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고, '헤드윅'과 '쓰릴미'는 해마다 매진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뮤지컬 시장 매출은 3000억원. 이 같은 성장은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 '쓰릴미' 같은 실험적 작품을 밀어준 대기업 CJ의 지속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업계의 일치된 견해다. 내달 1일 출범 10주년을 맞는 CJ E&M 공연사업부문(이하 CJ)은 대부분의 대형 제작사를 협력사로 둔 공연계의 유일한 대기업 자본이다. CJ가 공동제작 혹은 투자하는 작품은 지난해 47편이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도 40편이다. 작년 매출(공동제작·투자작 포함)은 1100억~1200억원으로, 뮤지컬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시각] '공연계 큰손' CJ 출범 10년, 그 빛과 빚
그러나 양적 성장 위주의 투자는 'CJ 우산 속'의 그늘도 만들었다. 일부 공연 관계자는 투자 원금을 회수하기도 전에 차기 공연에 대한 투자금을 집행하는 CJ의 투자 방식이 고질적인 부실을 키우는 원인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CJ에 기댄 일부 제작사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아 공연을 올린다. CJ로서는 '동반 성장'이라는 '선의'에서 지속된 방식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제작사가 자금 순환을 위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올리는 공연은 시장에 작품을 과다하게 넘치게 하고, 일부 배우의 몸값을 지나치게 올린다. 그 결과 A급 배우의 개런티는 3년 전보다 3배 이상 뛰었다. 개런티를 주고 나면 객석이 아무리 차도 수익은 언감생심. 그러니 여기저기서 '돈을 못 번다'고 아우성이다.

돈을 끌어들이는 것이 우선 순위인 공연은 완성도보다는 외형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관객에게도 피해다. 올릴 만한 작품만 탄탄하게 올리기보다 서둘러 기획하는 공연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부실하기 쉽다.

이제는 질적인 성장을 위한 변환기가 왔다는 것이 공연계 내부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업계 리더'를 자임하는 CJ가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어떠한 비전을 가졌는지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