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에이지, 왜 유독 한국에서 잘 팔릴까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3.08.16 03:01 | 수정 : 2013.08.17 19:15

국내 소개 20년… 여전히 각광
유키 구라모토는 일본보다 유명 '感性' 선호하는 한국인에 통해

외국선 명상으로 시작한 장르 "배경 음악 불과" 비판 받기도

한국 내 음반 판매 16종 100만장, 2003년·2010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유료 관객 점유율 1위.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62)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뉴에이지 연주자다. 1999년 첫 내한 공연 이래 매년 한국을 찾는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 도시까지 훑는데, 티켓은 거의 동난다. 다음 달에도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하여 광주·전주·김천·춘천·하남까지 6차례 공연이 예정됐다. 한국을 자주 찾다 보니, 우리말도 익숙해 무대에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공연기획사 측은 "2005년 영화 '달콤한 인생'과 2006년 드라마 '주몽'에 음악이 삽입되면서 관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쓰루 노리히로가 리더인 트리오 어쿠스틱 카페, 한국에서만 100만장 넘게 팔린 앨범 '디셈버'의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 캐나다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 미국 작곡가·피아니스트 브라이언 크레인….

거의 매년 성공적인 내한 공연을 갖는 뉴에이지 연주자들이다. 유키 구라모토를 비롯해 한국에서 유독 환영받는 스타들이 대부분이다. 국내에선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대표적인 뉴에이지 연주자로 분류된다. 한국 청중이 뉴에이지 음악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뉴에이지 음악은 1960년대 서구에서 클래식과 팝의 경계를 넘어 명상과 참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작곡된 음악. 한국적 취향은 따로 있다. 서구 뉴에이지 간판선수인 야니는 별로 반향이 없고, 대신 뉴에이지 선도국인 일본 영향을 받아 감성적인 선율의 피아노곡이 유행하고 있다. 대개 TV 드라마나 CF, 라디오,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다. 요즘은 '힐링 음악'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와타나베 유이치, '어쿠스틱 카페' 리더 쓰루 노리히로 등의 공연 제목은 '2013 힐링뮤직페스티벌'이었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 윤혜진씨는 "클래식은 어렵게 느끼고, 가요나 팝보다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찾는 관객들이 뉴에이지 공연을 찾는다"면서 "달콤하고 듣기 편해 주로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찾는다"고 했다. 유키 구라모토 앨범을 낸 음반사 C&L뮤직 류진현 부장은 "1990년대 후반 IMF 위기를 겪으면서 어려운 음악 대신 편한 음악을 좋아하게 됐고, 유키 구라모토가 대표적인 연주자였다"면서 "드라마나 CF 배경 음악, 라디오 시그널 음악이나 배경 음악으로도 많이 쓰였다"고 했다.

하지만 유키 구라모토는 한국에서의 열기와 대조적으로, 일본에선 공연을 거의 하지 않고 주목도도 높지 않은 연주자라는 게 공연·음반 관계자들의 평. 뉴에이지가 음악적으로 빈약한 '무드 음악' '배경 음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재즈 평론가 김현준씨는 "국내에서 유행하는 뉴에이지 음악은 정체가 불분명하다"면서 "한국인들이 감성적 음악에 약한 편이고, 최근 20년간 음악 듣는 성향이 연성화되면서 이런 음악이 유행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