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소년들, 무대로 쏘아 올린 꿈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8.01 03:04 | 수정 : 2013.08.01 09:56

길성원씨 등 뮤지컬 배우들, 서울소년원 아이들에 교습
12월 중순 공연도 올릴 계획

까까머리 남학생 9명이 피아노 앞에 나란히 섰다. 양손에 든 악보에는 이문세의 '붉은 노을' 가사가 적혀 있다.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은 너뿐이야~.' 9명은 똑같이 검은 반바지, 회색 반팔 티, 슬리퍼 차림으로 목청을 돋웠다. 어느 학교 음악 시간에나 흔히 볼 풍경이다. 가까이 가보니 한 학생의 양 팔뚝에 어지러운 문신이 잔뜩 그려져 있다. "어렸을 때 한 거예요." 씨익 웃으며 답하는 병석(가명)군은 이제 중학생이다.

경기도 의왕시 고봉중고등학교. 공식 명칭은 '서울소년원'인 이곳에는 재범(再犯) 이상의 소년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모여 있다. 15~18세로, 학교폭력에 가담한 아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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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소년원에서 뮤지컬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교사로 나선 배우 양준모(가운데)씨는“언젠가 이 아이들과 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전기병 기자
이달 들어 아이들에게 '특별한 수업'이 시작됐다. 뮤지컬 배우 길성원(41)씨가 주도해 배우 9명이 교사로 나선 뮤지컬 시간이다. 오디션에는 60명이 몰려 제법 경쟁률이 높았다. 남학생만 있는 서울소년원에서 9명, 여학생만 있는 안양소년원에서 9명, 총 18명이 뽑혔다.

지난 30일 오전 9시, 방학 중인데도 어김없이 노래 연습은 시작됐다. "쉬지 않고 배우고 싶다"고 아이들이 먼저 나섰다.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피아노 반주를 하는 이는 배우 양준모씨.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 쇼블랑으로 출연하는 그를 아이들은 '대장'이라고 부른다.

"형근아, 성훈이 노래 따라 하지 마. 너희 둘 다 소리가 똑같잖아." 대여섯 번 다시 부르니 제법 화음이 된다. "33마디부터 다시!" '붉은 노을'에 이어 뮤지컬 '렌트' 중 '사랑의 계절(Seasons of Love)'이 이어졌다. "52만5600분의 귀한 시간을…." 고개는 까닥까닥, 발로 열심히 박자를 맞추는 아이들은 진지하기만 하다. 오전 10시 30분, 휴식 시간에 잠시 모인 아이들은 "뮤지컬 배우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뮤지컬이 엄마보다 더 좋다" "다 같이 뭔가를 만들어가고, 점점 나아져 간다는 게 신난다" "잠도 안 올 정도로 기다려진다"는 답이 잇따라 튀어나왔다.

12월 중순에는 공연도 올릴 예정이다. 출연하는 아이들의 자전적 이야기를 녹여낸 극본을 작업 중이다. 양준모씨는 "앞으로 이 아이들과 정식으로 한 무대에 서는 게 꿈"이라고 했다. 교육을 주도하는 길성원씨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에게 등록금 지원을 목표로 매달 콘서트도 올린다"고 밝혔다.

배우와 관객이 함께 자신을 돌아보자는 뜻에서 콘서트 이름을 '후엠아이(Who Am I)'로 붙였다. 지난 5월부터 전수경·김소현·송용진 등이 나와 배우로 사는 애환을 나눴다. 오는 29일 5번째 콘서트에는 뮤지컬 '쓰릴미' '삼천'의 배우 정상윤씨가 선다. 문의 (02)515-0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