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뮤지컬 보신 적 있나요, 십중팔구는 이 남자가 쓴 곡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7.24 23:18

['스칼렛 핌퍼넬' '지킬 앤 하이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수상 구조로 생계 꾸리며 독학… '지금 이 순간'도 그때 썼어요

1년 내내 대한민국 공연장 어디에선가 그의 노래가 들린다. 올해 초 오스트리아 황태자 '루돌프'와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 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는 가사로 유명한 '지킬 앤 하이드'로 시작해 여름 성수기에는 유머를 아는 영웅 '스칼렛 핌퍼넬'과 복수의 화신 '몬테 크리스토'가 관객을 끌고 있다. 가을에는 '보니 앤 클라이드', 겨울에는 '카르멘', 내년 초에는 '드라큘라'가 대기 중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물론이고 창작 뮤지컬 '천국의 눈물'(2011)도 그의 악상으로 채웠다. '전석 매진' 스타 조승우와 김준수도 그의 작품에 출연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브로드웨이 작곡가인 프랭크 와일드혼(55). 최근 한국을 찾았던 그를 강남에서 만났다. 그는 먼저 한국 관객에 대한 애정 표현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한국 분들이 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하고, 정서가 풍부해서 제 곡 스타일과 잘 맞는 것 같다."

‘지킬 앤 하이드’‘스칼렛 핌퍼넬’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큰 사진). 작은 사진은‘천국의 눈물’의 김준수(왼쪽)와‘지킬 앤 하이드’의 조승우.
‘지킬 앤 하이드’‘스칼렛 핌퍼넬’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정서가 풍부한 한국분들의 감성과 제 음악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은 사진은‘천국의 눈물’의 김준수(왼쪽)와‘지킬 앤 하이드’의 조승우. /이덕훈 기자
팝 작곡가로 출발한 그의 히트작은 휘트니 휴스턴의 빌보드 1위 곡 'Where Do Broken Hearts Go'(1988). 그가 브로드웨이에 입성했을 때는 "팝이나 쓰지 왜 (예술적인) 공연을 넘보느냐"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평론가들의 점수도 박했다. 그러나 그는 1999년 브로드웨이에서 작품 3개가 한꺼번에 공연되는 드문 기록을 세우며 입지를 굳혔다. "곡은 평론가를 위해서 쓰는 게 아니다. 제 작품을 들으려고 돈 내고 표를 산 관객을 위해 쓴다."

1996년 재선(再選)을 노리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 곡으로도 썼던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은 20대 수상 구조요원으로 생계를 꾸리던 무렵부터 착상했다. 1980년 시작해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까지 장장 17년이 걸린 '지킬 앤 하이드'는 그에게 인생의 쓴맛과 공연의 고통을 모두 가르쳐 줬다. "17년간 산전수전 다 겪었다. 중간에 엎어진 것이 수십 번이다. 그 이후론 어떤 난관도 다 견딜 만하다."

그의 작품이 여럿 동시에 올라오다 보니 '그 노래가 그 노래 같다'는 비판도 있다. 질문을 받은 와일드혼은 껄껄 웃더니 "'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품이다, 리처드 로저스 노래다'라고 바로 알게 되는 건 그만큼 개성과 스타일이 확고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팝송 저작권으로 많은 돈을 버는 그는 "공연은 한번 빠져나오면 헤어나올 수 없는 연인"이라고 했다. "돈이 목적이라면 팝송만 열심히 쓰면 된다. 저는 팝송에서 돈 벌어 공연에 쏟아붓는다. 공연 스트레스는 앨범 만들며 푼다. 혼자서 통제할 수 없는 공연과 달리 앨범은 내 마음대로 장악할 수 있으니까."

"공연 중인 '스칼렛'은 제 작품 중 드물게 유머가 넘치는 작품이라서, '보니 앤 클라이드'는 유럽풍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곡을 들려줄 수 있어서 애정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팝송으로 그래미상은 받았지만, 토니상은 후보로만 네 번 올랐다. 작년에도 '보니 앤 클라이드'가 수상엔 실패했다. "당연히 실망했다. 그렇다고 실망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작업 중인 작품이 7개다. '엑스칼리버' '프랑켄슈타인'…. 글로벌 극장이 무대인 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