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휩쓴 '빨간 부츠', 뻔하지만 화끈하다

  • 뉴욕=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7.17 23:22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 부츠']

신디 로퍼 작곡의 신나는 노래, 익숙한 스토리에 화려한 연출… 뮤지컬의 원천적 재미 안겨줘

올여름 공연계에서 가장 '뜨거운' 골목은 미국 뉴욕 45번가(街)다. 성수기를 맞은 브로드웨이에서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토니상 수상작'들이 용쟁호투(龍爭虎鬪)를 벌이고 있다. 입구에는 '전석 매진'의 제왕이 버티고 있고(뮤지컬 '라이언킹'), 열 걸음쯤 내려가면 지난해 작품상을 받은 '원스'의 발라드가 손짓한다. 바로 옆에서는 연극 작품상을 가져간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가 기다린다. 건너편에서는 뮤지컬 리바이벌 부문 수상작 '피핀'이 관객몰이 중이다.

‘킹키 부츠’ 중 한 장면.
꿈과 성공, 유혹과 매력을 상징하는 빨간 부츠를 들고 노래하는‘킹키 부츠’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즐거움을 듬뿍 안겨주는 작품이다. /Matthew Murphy
지난 12일 오후 7시 30분, 부슬비가 내리는 45번가에 들어서니 저 멀리 건물 지붕에서 '토니상 뮤지컬 작품상 수상작(BEST MUSICAL TONY AWARD)'이라는 간판이 "이래도 안 볼 테냐"는 듯 번쩍였다. 올해 가장 뜬 신작 뮤지컬 '킹키 부츠(Kinky Boots·별난 부츠)'가 공연 중인 알 허시펠드극장이다. 지난 3월 프리뷰 때만 해도 50% 할인표가 매일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작곡상, 남우주연상 등 6개상을 쓸어가더니 할인표는 언감생심, 정가표도 구하기 어려워졌다. 1980년대 팝 시장을 마돈나와 양분했던 신디 로퍼는 '킹키 부츠'의 15곡을 새로 만들어 환갑 나이에 브로드웨이 작곡가로 '데뷔'했다.

지난 12일 뮤지컬‘킹키 부츠’가 공연 중인 미국 뉴욕 45번가 알허시펠드극장.‘
지난 12일 뮤지컬‘킹키 부츠’가 공연 중인 미국 뉴욕 45번가 알허시펠드극장.‘ 토니상 수상작’이라는 간판이 번쩍거린다. /뉴욕=신정선 기자
막이 올라가면 칙칙한 청록색 공장 벽이 무대를 채운다. 폐업 위기에 몰린 공장을 물려받은 한 소년이 먼저 소개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신발"이라며 빨간 구두를 신고 춤추는 아이가 뒤를 따른다. 문제는 그 아이가 사내아이라는 점. 성장한 두 소년은 공장장과 '드랙퀸(여장한 남자 가수)'으로 만나게 되고, 공장장은 드랙퀸들이 신는 '별난 부츠'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다. 둘은 망해가던 공장을 일으켜 세우고, 편견 가득한 세상에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교훈을 던진다. 역경과 편견을 딛고 성공하는 익숙한 공식 그대로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고 신난다. 익숙한 즐거움의 새로운 변주, 바로 그 점이 '킹키 부츠'를 특별하게 만든다.

일등 공신은 귀를 즐겁게 하는 신디 로퍼의 노래다. '빨강은 유혹의 색깔(Red is the Color of Sex)' 등 모든 곡이 여전한 '쟁이'의 감각을 보여준다.

어두칙칙한 공장이 순식간에 화려한 밀라노 패션쇼 무대로 바뀌고, 컨베이어 벨트에서 길고 빨간 부츠가 등장하는 극적인 연출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빌리 포터(드랙퀸 가수)는 몸에 달라붙는 짧은 드레스에, 10㎝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노래 부르고 춤춘다. 토니상에 '감투상'도 있었다면 그가 가져갔을 것이다.

듣던 풍월이면 어떠랴. 이렇게 신나고 즐거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