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2500만원(문화예술위 지원금)으로 1만명 모은 '하우스콘서트'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3.07.14 23:39

구두 속까지 장맛비가 파고들던 지난 주말 저녁,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카페 빌딩 4층에서 굵직한 저음의 현(絃)이 피아노와 어우러진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첼리스트 주위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관객 30여명은 20대가 대부분이었다. 연주자는 서울시향 첼로 수석 주연선(33·사진).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의 진지한 소나타에 이어 차이콥스키 로망스까지 앙코르로 안겼다.

연주 후 주연선은 피아니스트 문정재와 함께 창고를 임시변통한 허름한 '대기실'에서 샌드위치로 요기를 했다. 주로 예술의전당 같은 곳에서 연주해온 주연선이지만 행복한 표정이었다.

하우스콘서트 공연 사진
같은 시각, 북촌의 한옥에선 성남시립국악단 수석 윤은자의 거문고 산조가, 제주 서귀포의 복합문화공간에선 첼리스트 문웅휘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흘러나왔다. 경남문화예술회관 같은 공연장 17곳, 단독주택·아파트 등 가정집 8곳, 사찰·교회·성당, 학교, 군부대 등 전국 65곳에서 동시에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2002년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 거실서 음악회를 시작한 피아니스트 박창수(49)의 '하우스 콘서트'가 전국으로 무대를 넓힌 '원데이 페스티벌'. 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 2500만원과 소액 기부금을 합해, 단 9000만원으로 전국 65곳에서 1만명 관객을 불러들였다.

2년에 한 번꼴로 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향수실태 조사에 따르면, 클래식 연주회를 보러 가지 않는 이유로 '시간과 돈이 부족하다'는 답변이 1, 2위를 다툰다. 하지만 지난달 인기 상종가의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한 부산시향 관람료는 5000~1만원이었다. 대부분 지방 교향악단 티켓 값은 영화 관람료보다 싸다. "돈이 없어서 연주회에 못 간다"는 답변이 꼭 진실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대중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 생업에 쫓기는 평일 저녁, "음악 듣고 싶으면 콘서트홀로 찾아오라"는 원칙만을 고수한다면 클래식 팬은 좀처럼 늘지 않을 것이다. 이날의 하우스콘서트에 꼭 왔어야 하는 손님은 교향악단과 예술단 등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체 관계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