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담 쌓았다'던 50代, 그들이 공연장에… 진짜네!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3.06.28 03:04

['예술의전당 토요 콘서트' 50代가 관객 점유율 1위]

1955~1963년생 베이비붐 세대… 미술관·박물관 찾는 비율 최저, 토요 콘서트는 50代 부부 많아
"교향곡 全曲 연주에도 싼 표… 삶에 쫓겨 자주 못 갔는데 주말 오전 공연은 우리에게 딱"

대한민국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는 늘 쫓겨 다녔다. 초등학교 때는 한 반 정원이 80명이나 되는 '콩나물 교실'에서 부대꼈고, 장성해서는 '내 집 마련' 경쟁에 내몰렸다. 대출금 갚다 보니 어느덧 50대. 자녀 대학 등록금 대느라 쩔쩔매는 판인데, 직장에선 그만 나가줬으면 하는 눈치다. 문화체육관광부 최근 조사로는, 베이비부머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콘서트홀 같은 문화예술공간을 찾는 비율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2012 문화 향수 실태 조사).

◇"50대 부부, 토요콘서트 대표 관객"

서울 예술의전당이 매달 한 차례 주말 오전 11시에 여는 토요 콘서트는 예외다. 50대 남자들이 아내 손을 붙잡고 교향곡과 협주곡을 들으러 온다. 지난 15일 콘서트홀 로비엔 커피 향이 기분 좋게 퍼졌다. 전당 측이 관객에게 제공하는 무료 '모닝 커피'. 면바지에 편한 재킷 차림의 중년 남자들이 아내와 느긋하게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과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감상했다.

토요 콘서트 관객 연령별 비율. 코리안 심포니 관객 연령별 비율.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이날 관객 숫자는 2004명(객석점유율 89%). 예술의전당에 따르면, 50대 관객이 전체 23%로 모든 연령대에서 1위였다. 다음은 40대, 30대 순이었다.

평일 저녁 콘서트 관객이 20대(29%), 30대, 40대, 50대 순인 것(2013년 1월31일 코리안심포니 정기연주회)과는 큰 차이다〈그래픽 참조〉. 정동혁 예술의전당 예술사업본부장은 "평일 저녁엔 20~30대 관객이 많은 데 반해, 토요 콘서트의 대표 관객은 50대 부부"라고 했다.

이날 객석 점유율은 89%. 지난 2~4월 공연도 평균 80%를 넘었다. 지난 15일 공연까지 4번 중 3번은 무대 좌우 합창석까지 관객이 들어찼다.

토요 콘서트는 평일 오전 실내악이나 교향곡 일부만 들려주는 주부 대상 음악회와 달리, 교향곡과 협주곡을 전(全) 악장 풀 오케스트라로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토요 콘서트 전담으로 새로 꾸린 '예술의전당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해설도 겸하는 '토크 콘서트'형식이다. 티켓 값도 저렴한 편이다. 1, 2층은 2만원, 3층은 1만5000원이다.

◇"평일 저녁은 일에 쫓겨서…."

늦잠을 즐기기에 알맞은 주말 오전, 그들이 클래식 음악을 들으러 가는 이유는 뭘까.

예술의전당 관객설문조사에서는 ▷알찬 프로그램 ▷토요일 오전이라는 시간대 ▷싼 티켓 값 등을 꼽았다. 한철규(50·경기도 성남시 운중동)씨는 "저녁 8시에 하는 보통 클래식 음악회는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시간대가 맞아서 즐겨 찾는다"고 했다. 최규종(57·안산시 고잔동)씨도 "토요일 오전에 아내와 공연을 보고 점심까지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2012 문화 향수 실태 조사'에 따르면 1년에 한 번이라도 클래식 음악회나 오페라를 관람한 사람은 국민 100명당 4명이 약간 넘는다(4.4%). 50대는 3.7%로, 60대 이후를 빼면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다.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최근 낸 저서에서 "베이비붐 세대 700만명 가운데 상위 100만명은 최상위 지배계층이고, 그 아래 200만명은 중층, 맨 아래 400만명가량은 각종 난관에 맞닥뜨린 하위 계층에 속한다"('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고 썼다. 베이비부머의 '토요콘서트' 귀환은 반길 일이지만, 아직 '찻잔 속의 태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