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벽 뚫는 탱고라는 窓

  • 정지섭 기자

입력 : 2013.06.19 03:04 | 수정 : 2013.06.19 09:52

[탱고 재즈 밴드 '라 벤타나']
탱고와 재즈 낯선 한국에서 7년째 한우물 파며 3집까지… 이번엔 박성연·십센치 등 참여

"삶이라는 벽에 탱고라는 창을 내 음악이라는 볕과 바람을 통하게 한 거죠."

'재즈'도 '탱고'도 낯선 한국에서 '탱고 재즈 밴드'인 밴드 라 벤타나(La Ventana)로 7년째 활동하며 세 번째 앨범을 낸 멤버 정태호(34·아코디언과 반도네온) 박영기(36·피아노) 황정규(31·콘트라베이스) 정승원(31·드럼)은 13일 이렇게 말했다. 밴드 이름 라 벤타나는 스페인어로 '창'이라는 뜻.

'라 벤타나'는 클럽 즉흥 공연으로 안면을 터온 젊은 재즈인들이 2006년 뭉쳐 출발했다. 재즈 드러머였던 정태호는 "'내가 직접 내 음악을 리드하고 싶다'는 바람이 갈수록 간절해져 전업(轉業) 수단으로 택한 것이 탱고 리듬"이라고 했다. 드럼 채를 놓고 아코디언을 든 정태호의 '이유 있는 변신'에 박영기·황정규·정승원이 합류했고, 보컬 자리만 객원으로 비워두는 4인 틀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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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벤타나의 네 청년은“더 다양한 음악을 소개해 우리 음악 풍토를 다양하게 바꾸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태호·박영기·정승원·황정규. /김연정 객원기자
3집에서 네 사람은 스스로를 숨기고, 재즈 대모(代母) 박성연을 필두로 웅산, 십센치, 기타리스트 박주원과 박윤우, 오르가니스트 성기문, 첼리스트 이정란, 바이올리니스트 콘에 내레이션을 맡은 시인 김경주까지 화려한 라인업의 손님들을 모셨다.

뒷전으로 물러난 듯 보였던 주인장 내공은 탄탄하게 빚어낸 탱고 선율로 손님 각자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며 빛을 낸다. '케 나디에 세파 미 수프리르'에서 박영기의 찰랑거리는 피아노는 웅산의 가을 서릿발 같은 보컬과 격정적인 2중주를 빚었다. '아디오스 노니노'에서 박주원의 기타와 정태호의 아코디언이 주고받는 자유분방한 집시 리듬은 보헤미아 평원 한복판에 와 있는 듯 이국적이다. 넷의 호흡은 '목소리가 인생 자체인' 재즈 대모 박성연이 부른 '사의 찬미'에서 정점을 찍었다. "신기하게 이 노래엔 이 목소리나 악기가 '딱'이겠다 싶은 분들이 모두 아주 친한 사이인 거예요."(정태호)

창작곡도 많이 발표해오던 라 벤타나는 이번 앨범을 전부 리메이크로 채웠다. 산울림의 원곡을 탱고로 재해석한 '빨간 풍선'을 제외하면 모두 카를로스 카르델(영화 '여인의 향기' 삽입곡 '포르 우나 카베자'의 작곡자), 아스토르 피아졸라 등 거장들이 쓴 탱고 고전(古典)들. 하지만 앨범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80%쯤의 한(恨)과 20%쯤의 흥(興)을 접하면 옛날 악극 장면과 TV 드라마, 영화를 채워주던 선율을 떠올리는 게 어렵지 않다. "화성, 기교 이런 걸 따지지 않고 그냥 '나 기뻐' '나 슬퍼' 직설적으로 말하잖아요. 우리네 정서와 딱 맞아떨어지죠."(황정규)

저마다의 탱고론(論)을 설파하면서도 정작 "(탱고의 고향)아르헨티나엔 아직 못 가봤다"며 멋쩍게 웃는 이들. 8월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로 관객들과 만난다. 앨범 참여 뮤지션 중 누가 나올지는 아직 비밀이란다. (02)332-3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