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갔다왔더니, 스타 됐더라고요

  • 정지섭 기자

입력 : 2013.06.16 23:34

[상반기 주목받는 밴드 '쏜애플']

입대하기전 만들었던 앨범, 입소문에 완판·공연 요청도… 작년 12월 팀 재정비해 컴백
"우리 음악에 녹인 절망·고독, 20대의 삶 공감받는 것 같아"

2010년 초입, PC통신 음악 동호회에서 만나 여러 인디 밴드를 거친 음악 청년 윤성현(27·보컬)과 심재현(26·베이스)의 속은 계절만큼이나 을씨년스러웠다.

이룬 것 없이 미룰 수 없는 군 입대 날짜가 다가왔고, 둘은 "후회 없게 모든 걸 쏟아내자"고 다짐했다. 결과는 홈레코딩(집안에 장비를 들여 녹음하는 방식) 앨범. 이 앨범을 만들어놓고 둘은 공군에 입대했다.

쏜애플 멤버들은“우리 음악의 힘은 간절함에 있고, 동시대 청춘들도 공감해주는 것 같다. 이 초심을 끝까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방요셉·윤성현·심재현·한승찬.
쏜애플 멤버들은“우리 음악의 힘은 간절함에 있고, 동시대 청춘들도 공감해주는 것 같다. 이 초심을 끝까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방요셉·윤성현·심재현·한승찬.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반전(反轉)은 그때부터. 계급장 작대기가 하나에서 넷이 되는 동안 '음악 참 묘하게 끌린다'는 소문이 퍼지며 앨범은 동났고, '빨리 제대해서 공연해달라'는 시위성 팬레터까지 도착했다. 두 예비역 병장은 스물셋 동갑인 기타리스트(한승찬)와 드러머(방요셉)를 영입해 작년 12월 서울 홍대 앞에서 컴백을 알렸다. 그와 함께 3년 만에 찍은 2쇄 물량은 발매와 함께 또 동이 났다. 3년 묵은 절판(絶版) 앨범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를 "우려먹는"('쏜애플' 멤버들) 레퍼토리로 올 상반기 밴드계 최고의 샛별로 떠오른 4인조 '쏜애플' 얘기다.

지난 10일 서울 홍대 앞 카페에서 만난 네 청년은 "너무나 얼떨떨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기는 중"이라고 했다. 노래 대부분을 쓴 윤성현은 "허점도 많은 앨범이라 한편으론 쑥스럽다"고 했다. "그땐 드럼과 기타를 온전히 합주(合奏)할 여력이 안 돼 기계의 힘을 일부 빌렸어요. 기교나 사운드보단 노래에 녹아있는 삶의 한 부분을 공감해준 것 같아요." 심재현이 거들었다. "이를테면 20대 초반의 외로움, 소통 부재에 따른 절망, 미래에 대한 걱정 같은 것 말이죠."

팀 이름처럼 가시(thorn) 돋친 사과(apple)를 조심스레 먹는 것처럼 불친절하면서도 그래서 끌리는 게 이들의 노래다. 희미한 듯 복잡한 선율, '내 이름의 마지막 글자로 나를 불러주기 원하는 까닭은 이 작은 별이 너무 외롭기 때문('이유')'처럼 여백과 비유로 가득해 시 같은 노랫말…. 그 둘이 빚어낸 달콤한 듯 쿡쿡 찌르는 록 사운드는 '들리는 음악'이 아닌 '곱씹어서 들어야 하는 음악'이다. 여기에 관능적으로 흐느적대다 울부짖듯 터뜨리는 윤성현의 귀기(鬼氣) 살짝 얹힌 보컬은 쏜애플의 '나쁜 남자 같은 록'에 방점을 찍는다.

"요즘은 '쿨(cool)'한 것을 좋아하는데 우린 쿨하지 않아요. 촌스러울 정도로 진중하고 진지하고, 그래서 감정 과잉, 자의식 과잉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죠."(윤성현)

"그런데 공연을 하다 보면 우리도 청중도 함께 취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한승찬) "특히 듣는 사람 각자의 상황에 맞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결말 같은 노랫말이 몰입을 돕는 것 같고요."(방요셉)

성급한 이들은 쏜애플의 음악을 이야기하며 라디오헤드·콜드플레이·국카스텐·넬 등의 이름과 견주고 있지만, 멤버들의 반응은 무덤덤 반, 시큰둥 반이다. 8월 초 열리는 지산월드락페스티벌 등 올여름 그 어느 때보다도 굵직한 무대에 설 예정인 쏜애플의 급선무 중 하나가 '그만 우려먹기'. 2집 작업에 박차를 가할 참이다. '2집 징크스'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을 청년들의 목표는 간결했다. "지금보다 1㎝, 1㎜라도 앞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