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글징글한 벗 위해 굿 벌인 친구들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6.12 23:59

진옥섭 '노름마치' 재출간 기념… 장사익·김운태 '책굿 노름마치'

"기생춤이 웬 말이냐"던 90년대 전통 공연 연출가 진옥섭(49)씨는 재야의 예인(藝人)을 잇달아 무대로 불러냈다. '딴따라의 괴수'로 불렸다.

이 무렵 그는 가수 장사익(64)을 만났다. 장씨는 진씨가 기획한 공연마다 찾아와 공연도 보고 마당도 쓸어줬다. 장씨가 공연에서 유심히 들어둔 상엿소리를 노래로 만든 것이 히트곡 '하늘 가는 길'이다. 이 곡으로 장씨는 '무명'을 벗었고, '찔레꽃' '삼식이' 등 국악과 재즈, 대중가요를 어우르는 노래로 골수 팬을 거느리게 됐다. 2012년 진씨의 결혼식날 축하 가수로 장씨가 나섰다. 축가는 '봄날은 간다'였다. 40대 후반에 늦장가 보내면서도 '봄날' 타령이었다.

20년 친구 진옥섭(오른쪽)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의 책 출간을 위해 19일 한 무대에 서는 가수 장사익(왼쪽)씨와 채상소고춤의 명인 김운태씨. 김씨의 동작이 공중회전 기술인‘자반뒤집기’다.
20년 친구 진옥섭(오른쪽)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의 책 출간을 위해 19일 한 무대에 서는 가수 장사익(왼쪽)씨와 채상소고춤의 명인 김운태씨. 김씨의 동작이 공중회전 기술인‘자반뒤집기’다. /문학동네 제공
채상소고춤 명인 김운태(50)가 진씨를 알게 된 것도 20년 전이다. 두 사람을 맺어준 이가 장사익이다. 진옥섭은 김운태가 운영하던 대학로 서울두레극장의 극장장을 맡았다. 그런데 극장이 부도가 나면서 경제사범이 된 김씨가 감옥에 가게 됐다. 구명에 나선 장씨와 진씨는 예술계 인사 500명의 사인을 받은 탄원서를 담당 판사에게 제출했다. 장사익의 표현으로 셋은 "만나면 징그럽고, 헤어지면 보고 싶은 사이"다.

20년간 칭칭 얽힌 세 사나이 우정이 이번에 크게 한판을 벌인다. 오는 19일 오후 7시 30분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벌어지는 '책굿 노름마치' 공연이다. 진씨가 2007년 출간한 책 제목이 '노름마치'다. 노름마치란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 은어. 책은 '마지막 유랑광대' 강준섭씨 등 주류 공연계의 주목을 받지 못하던 18명을 세상에 불러냈다.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어떤 상찬도 아깝지 않다"(시골의사 박경철), "30년 동안 시를 썼는데, 이런 글은 처음이었다"(시인 장석주) 등 감탄이 이어졌다. 11일 출간된 개정판에는 책에 등장한 예인 18명의 '그 이후 사정'을 담았다.

책이 다시 나온다는 소식에 장씨와 김씨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축하 공연을 자청했다. 장사익이 소리판을 거하게 벌이고, 김운태는 공중에서 누워 회전하는 '자반뒤집기'가 절묘한 채상소고춤을 보여준다. 정영만·이정희의 시나위와 도살풀이, 하용부의 밀양북춤, 박경랑의 교방춤, 연희단팔산대의 판굿도 함께한다.

두 친구 장씨와 김씨는 당연히 무료로 출연한다. 관람료도 무료다. 단, 지나치게 많은 관객이 몰릴 경우를 우려해 책 구매 독자에게 우선 입장권을 준다는 원칙은 있다. 문의 (031)955-8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