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구슬은 있는데 실이 없다… 스토리 포기한 '주크박스 뮤지컬'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6.02 23:36

'광화문연가'와 동떨어진 '광화문연가2'

주크박스 뮤지컬은 대중에게 친숙한 노래로 만든다. 흥행에 유리하니 제작사는 늘 유혹을 느낀다. 아킬레스건은 스토리다. 구슬(노래)은 뛰어난데, 실(이야기)을 꿰기가 어렵다. 2011년 3월 초연한 창작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아름다운 노래 덕에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노래가 주로 이별을 다루다 보니 기승전결 이야기는 약하다는 평가였다.

'광화문연가2'(이하 '광연2')는 '국내 창작 뮤지컬 역사상 최초로 후속 버전 제작'을 내세우며 지난달 17일 개막했다. 지난달 21일 "오늘 출연진이 가장 탄탄하니 꼭 보러 오라"는 제작사의 추천으로 '광연2'를 관람했다. 혹시 바뀌었을까 싶어 2일 다시 관람했다.

모습을 드러낸 '광연2'는 주크박스 뮤지컬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야기를 엮기 어려우니 아예 버린 쪽에 가까웠다. 넘어야 할 산을 넘지 않으면서도 "그래도 나는 등반가"라고 외치는 격이었다. 주인공이 가수로 설정돼 어떤 노래든 이야기와 관계 없이 부른다. 배우들은 연기라기보다 리딩 공연 수준의 대사를 던진다. 주로 노래로 이어지니 사실상 콘서트다. 무릇 콘서트라면 그 노래를 부르는 배우 혹은 가수의 실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일부 장면에서는 귀를 막아야 했다. 연극과 뮤지컬을 한 해 300편 가깝게 보지만, 듣기 괴로워 귀를 막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이야기보다 음악에 치중한 '뮤지컬'도 있을 수 있다. 고(故) 김광석 노래를 콘서트에 가까운 뮤지컬로 만들어 '어쿠스틱 뮤지컬'을 표방하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충분히 즐길 만했다. 소극장에 어울리는 아기자기함에 뛰어난 노래 실력이 받쳐줬다. 이야기가 느슨해도 음악으로 즐기면 됐다.

'광연2'는 대중 앞에 커밍아웃해야 한다. "2년 전 공연한 뮤지컬 '광화문연가'와는 내용상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를 이어 부르는 콘서트"라고. 그런 다음 노래 실력으로 대중의 평가를 받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