歌王의 절창… 장년 관객도 춤추게 했다

  • 한현우 기자

입력 : 2013.06.03 02:29

[조용필 '2013 헬로 투어']

'창밖의 여자'부터 '헬로' 까지 2시간 넘게 26곡 쉼없이 열창
폭발적 고음과 변함없는 기량… 세션 멤버들 솔로 연주도 선봬

가왕(歌王)은 녹슬지 않았다. 젊은 취향의 선곡과 창법으로 전 세대를 뒤흔들었던 19집 앨범은 '또 다른 조용필'일 뿐이었다.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사흘간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그의 '2013 헬로 투어' 첫 무대는 더욱 화려해진 무대와 다채로워진 레퍼토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객석에 빙 둘러 설치된 서라운드 스피커 곳곳에서 "헬로" 소리가 겹치는 가운데, 공연은 무대 중앙에 고개 숙이고 앉아있던 조용필이 벌떡 일어나 '헬로' 후렴구를 부르며 시작됐다.

지난달 31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2013 헬로 투어’에서 열창하는 조용필.
지난달 31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2013 헬로 투어’에서 열창하는 조용필. 음반으로 10대까지, 공연으로는 70대까지 아우르며 진정한‘세대통합’을 이룬 아티스트의 무대였다. /인사이트 제공
첫 곡으로 '미지의 세계'를 선택한 조용필은 "노래 실력이 떨어져 새 앨범 노래들을 그렇게 불렀을 것"이라는 항간의 시선을 단박에 불식했다. 고음 부분에서 끌어올리지 않고 10점 과녁에 화살 꽂아넣듯 터뜨리는 목청은 여전했다.

그는 앙코르까지 26곡 가운데 8곡을 신보에서 골랐다. 그 때문에 수많은 히트곡이 희생됐으나, 중·장년 관객들은 '바운스'나 '충전이 필요해' 같은 노래들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췄다. 낯선 것은 조용필의 신곡이 아니라 이들의 춤이었다.

조용필은 마이크 옆에 보컬 믹서(mixer)를 놓고 곡에 따라 자신의 음량을 직접 조절했다. 그러나 공연의 압권은 역시 '창 밖의 여자'였다. 조용필과 기타, 베이스만 실은 무대가 4m 높이로 솟은 뒤 객석 위로 밀고 나오는 '무빙 스테이지' 위에서 조용필은 예전 창법으로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하고 노래했다. 몇 번을 들어도 전율스러운 명창(名唱)의 절규는 이 노래를 한 옥타브 낮게 따라부르던 여성 관객들조차 입을 다물게 했다.

조용필은 이번 공연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면을 선보였다. 우선 그간 거의 없다시피 하던 '위대한 탄생' 멤버들의 솔로 연주가 따로 마련됐다. 각 분야의 최고 세션 연주자이기도 한 이들은 각각 1분 남짓 불꽃 연주를 자랑했다. 오지 오즈번의 '미스터 크롤리' 전주를 들려준 키보드, 펑키 리듬의 속주를 뽐낸 베이스, 전자기타의 금속성을 극대화한 기타 연주 모두 일품이었다.

조용필 공연 연출을 처음 맡은 김서룡 감독은 뮤지컬 연출을 거쳐 일본에서 대형 공연을 지휘해 온 젊은 연출가다. 수없이 많은 핀라이트(pin light)를 무대에 박아넣어 입체적 조명을 만들어 냈고, 원색의 화려한 영상으로 무대를 한층 젊게 만들었다. 마지막 날인 2일에는 전날 스타디움 공연을 마친 이문세가 찾아와 선배의 45주년을 축하했다. 조용필은 "어제 스타디움 공연은 정말 대박이었다. 진짜 수고 많았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