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舞林 八傑(무림 팔걸)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5.30 00:00

'팔무전' 내일까지 한국문화의집

오케스트라에 제1바이올린이 있다면 농악대에는 상쇠가 있다. 상쇠가 쓰는 전립에 달린 크고 둥근 꽃을 부포라 한다. 이 꽃을 밀고 당기며 공중에 피고 지게 하는 춤이 부포춤이다. 봄날 꾀꼬리처럼 노란 앵삼(鶯衫)을 입고, 오색 한삼을 뿌리고 떨치며 버드나무를 상징하는 꽃돗자리에서 추는 것은 춘앵전이요, 망자의 영혼을 불러 이승에서 못다 푼 한(恨)을 내려놓고 가라고 청하는 것은 신태무다. 하얀 명주 수건을 감았다 푸는 살풀이춤, 허공에 화엄의 세계를 그리는 나비춤, 무법(舞法)이 모두 담겨 있어 법무(法舞)로 불리는 승무….

‘팔무전’에 오르는 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승무(이애주), 신태무(김동연), 태평무(이현자), 살풀이춤(김정녀), 부포춤(유지화), 춘앵전(김영숙), 나비춤(한동희), 진도북춤(황희연).
‘팔무전’에 오르는 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승무(이애주), 신태무(김동연), 태평무(이현자), 살풀이춤(김정녀), 부포춤(유지화), 춘앵전(김영숙), 나비춤(한동희), 진도북춤(황희연).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제공
문자로만 접해도 정중동의 우아한 선(線)이 그려질 듯한 무도(舞道)의 팔폭(八幅) 병풍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30~3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오르는 '팔무전(八舞傳)'은 무림(舞林)의 여성 최고봉 8인이 모여 무공(舞功)을 겨루는 팔무의 전(戰)이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세섭)이 2008년부터 유(流)와 파(派)로 뭉치던 한국 무용의 경계를 과감히 부수고, 대중이 쉽고 편하게 접하도록 여러 계파의 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온 공연으로, 해마다 전석 매진되는 전례 없는 흥행을 기록했다. 올해는 유지화의 부포춤, 황희연의 진도북춤, 김정녀의 살풀이춤, 이애주의 승무, 한동희의 나비춤, 김동연의 신태무, 이현자의 태평무, 김영숙의 춘앵전 등이 팔무의 기원이 된 기방과 법당, 마당과 궁전을 넘나드는 무술(舞術)의 세계를 보여준다. 문의 (02)3011-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