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은 지루하다?… 편견을 훌~ 털었다 '훌' 밴드

  • 정지섭 기자

입력 : 2013.05.28 23:34

[국악 퓨전 그룹 '훌' 창단 10년]

기타·태평소·장구·드럼… 안 맞는 것들의 '절대 궁합'
'훌' 뜻은 훌훌 털어버리자
홍콩·남아공 등에서도 활약" 10년 뒤? 그래미상 받고파"

'국악 퓨전 그룹'이라는 판에 박힌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6인조 '훌(wHOOL)'은 그동안 록과 전통 장단이 묘하게 어울린다는 걸 호쾌하고 강렬한 연주로 보여왔다. 부드럽고 달콤한 기존의 퓨전 국악이 장옷 걸치고 K팝 콘서트장에 온 수줍은 안방마님 같다면, '훌'의 사운드는 마당 쓸다 하드록 밴드에 합류한 마당쇠처럼 에너지 넘치고 거침없다.

창단 10돌을 맞아 마련한 상설 공연장 서울 용산 전자살롱 독각귀홀에서 첫 레퍼토리 '만족시대'(23~25일·30일~6월 1일)의 둘째 날 공연이 끝나고, 리더 최윤상(43·타악기)을 만났다.

국악과 록을 버무린 강렬한 음악으로 사랑받온‘훌’이 서울 용산 전자살롱 독각귀홀에서 공연하고 있다. 앞쪽에서 장구를 치고 있는 사람이 원년 멤버이자 리더 최윤상이다.
국악과 록을 버무린 강렬한 음악으로 사랑받온‘훌’이 서울 용산 전자살롱 독각귀홀에서 공연하고 있다. 앞쪽에서 장구를 치고 있는 사람이 원년 멤버이자 리더 최윤상이다. /전기병 기자
전자·기계 상점이 밀집한 전자랜드에 인디음악 공연장이 있다는 사실부터가 '안 맞는 것들끼리 기묘하게 어울린' 무대다. 이상훈의 기타와 피리꾼 홍도기의 태평소 이중주에 이어 김엘리사가 거문고 타듯 베이스를 튕기는 '대륙의 혼', 블루스 록에 최윤상의 북과 류하림의 드럼으로 굿거리장단을 입힌 '미인'(신중현 원곡) 등 역동적인 열두 곡은 관객 어깨춤을 불러냈다.

"음반보다 라이브 연주가 훨씬 강렬하고 남성적이라고 말들 해주세요. 사실은 우리 홍일점인 키보디스트가 지금 출산휴가 간 때문이기도 해요. 하하."

'훌훌 털어버리자'는 그 '훌'에서 이름을 땄다. 2003년 한양대 국악과 강사 최윤상과 작곡과 교수 이돈응(현 서울대 교수)이 "시대에 맞는 우리 소리를 빚어보자"며 프로젝트팀으로 뭉쳐 지금의 밴드 체제로 바뀌어 왔다. "대학(추계예대 국악과) 졸업 후 국악을 현대화하는 시도를 계속했지만 한계를 느껴 여러 번 좌절했죠. 그런데 머리를 식힐 겸 보러 간 호주의 유명 음악 페스티벌인 '빅 데이 아웃'에서 월드뮤직과 디제잉, 강렬한 록이 결합한 무대를 보고 '바로 저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훌은 나라 밖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2004년 홍콩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월드뮤직계의 샛별로 떠올랐고,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2005년), 남아공월드컵(2010년) 같은 굵직한 행사에 문화사절단으로 활약했다. 장구·꽹과리 장단에 흥겹게 어깨를 들썩이는 아프리카 사람들, 애잔한 시나위 가락에 "이건 무슨 블루스냐"고 묻는 미국인들을 경험하며 느낀 자부심만큼이나 우리 안에서 '비주류 음악'으로 취급받는 아쉬움과 섭섭함도 크다.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해요. 우리나라 밴드가 창작 작업을 하면서 국악이 아닌 제3세계 음악을 접목하는 것을 봐도 속상하죠. 어쩌면 지금은 국악이 대중 속으로 자리 잡는 과도기일 수도 있어요. 그 다리 역할을 하고 싶은 거죠."

새로 자리 잡고 이름붙인 공연장 이름(독각귀홀)은 연주자들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주고받는 '독각귀장단'에서 따왔다. 경계를 허물고 형식을 부숴 역동적인 소리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훌은 10주년을 맞은 올해엔 두 번째 앨범도 내고, 역대 멤버들과 함께 특별공연도 벌일 참이다. "창단 20주년(2023년)을 떠올려보라"고 하자 최윤상은 정말 진지하게 눈빛을 번뜩였다.

"한국 대중음악 최초로 그래미상을 받은 밴드가 돼 있겠죠." 공연문의 (070)7405-0755/(070)7405-0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