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人] "청중이 원하면 간다"… 白建宇의 음악 철학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3.05.28 01:08

2년 만에 섬에서 콘서트 여는 '건반 위의 구도자'

다음 달 울릉도와 경남 통영 사량도에서 ‘섬마을 콘서트’를 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2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다음 달 울릉도와 경남 통영 사량도에서 ‘섬마을 콘서트’를 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2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MBC 제공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白建宇·67)가 다음 달 3일 울릉도 저동항과 7일 경남 통영의 사량도에서 두 차례 '섬마을 콘서트'를 연다. 연평도와 위도, 욕지도를 찾아갔던 2011년 9월 음악회에 이어서 두 번째다. 그는 27일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섬에서 난생처음 피아노를 듣는 주민과 러시아에서 매일 공연을 접하는 관객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의 아름다움 앞에서 그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음악의 보편성에 대한 믿음으로 섬마을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백건우는 "시칠리아와 아이슬란드까지 세계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했지만, 2년 전 섬마을 음악회는 그에게도 깊은 감회를 남겼다. 위도에서는 거센 바람 때문에 "바람 소리보다 더 크게 피아노를 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욕지도에서는 "피아노를 듣던 흰 새들이 춤추는 듯한 광경을 보았다"고 했다. 욕지도에서 연주가 끝나고 모든 조명이 꺼진 뒤에도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라고 외치던 아이들의 음성도 생생하단다. 그는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과 만난다는 짜릿함이 크다"고 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섬은 3200여개. 무인도가 대부분이지만, 주민이 살고 있는 유인도(有人島)도 490여개다. 그는 "한 해 두세 섬을 찾아가는 건 '상징적' 행위밖에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누군가 음악을 듣고 싶다고 하면 내 맘도 그쪽으로 달려가게 된다"고 했다.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비창'과 쇼팽의 '야상곡' 등을 들려주는 이번 섬마을 음악회에서도 그는 별도로 해설을 하지 않는다. 그는 "음악회 자체가 대화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번 섬마을 콘서트는 MBC가 주관한다. 황인뢰 PD의 연출로 오는 7월 다큐멘터리로 방송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장에 먼저 들어선 사람은 아내이자 영화배우 윤정희(69)씨였다. 그는 "남편에게 야단맞게 생겼어요"라면서 취재진에게 사과부터 했다. 백건우는 이날 오전까지도 간담회를 깜빡 잊은 채,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 남편의 매니저이자 '비서'를 자청하는 윤씨는 "60 평생 이런 실수는 처음"이라며 기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부부가 늦은 시간은 정확히 15분이었다.